
이에 따라 어두운 곳을 밝히던 차량 램프가 새 소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도 방향지시등으로 움직일 방향을 알려줬지만, 더 직관적인 메시지와 그림을 도로에 직접 표출하는 기술이 최근 잇달아 개발되고 있어서다.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모비온’은 주행 방향 화살표를 노면 위에 투영하는 ‘익스테리어 라이팅(Exterior Lighting·외부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좌우만 알리는 방향지시등과 달리 대각선까지 표시하면서 보행자 등이 주행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CES에서 선보인 ‘HD 라이팅 시스템’은 노면에 횡단보도 같은 그림을 실제와 거의 똑같이 투영한다. 횡단보도가 없는 야간 도로를 주행할 때 보행자를 만나면, 보행자가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고령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차량이 보행자 쪽으로 주행하면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을 경우 고령자 30명 중 11명은 느린 걸음을 감안해 횡단을 포기했다. 횡단에 성공한 나머지 사람들 또한 대부분 뛰거나 빠르게 걷는 등 불안정한 패턴이 확인됐다.
하지만 노면 투영 기술을 이용해 차량이 도로 위에 ‘양보’를 뜻하는 그림을 투영하자 횡단을 포기했던 고령자들도 도로를 건널 수 있었다. 다른 보행자들도 천천히 도로를 건너면서 넘어질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아주대 TOD(Transit-Oriented Development) 기반 지속가능 도시·교통연구센터 이현미 연구원은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고민하느라 정체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차량과 보행자 간 소통이 안전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도로의 혼잡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미국 일부 도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차량 지붕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부착해 활용하고 있다. 승객 승하차 시 ‘차 옆에 사람이 서 있는 그림’을 표출하고, 전방에 보행자가 지나갈 때는 뒤에 오는 차량을 위해 ‘보행자 그림’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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