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광주 공장이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의 장기 파업으로 부품 수급난에 빠졌다.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셀토스와 쏘울, 스포티지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아 광주 1·2공장은 부품 부족으로 5일부터 하루 생산량을 기존보다 절반 정도(약 1000대) 줄였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으로 차량 핵심 부품인 무단변속기(IVT), 6∼8단 자동변속기 등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기아는 컨베이어벨트 일부가 텅 빈 채로 돌아가는 이른바 ‘공피치(空Pitch)’ 운영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또한 이날부터 코나와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운영을 최대 18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지난해 연간 매출액(약 11조7000억 원)의 2%인 약 2340억 원의 성과급 요구와 동시에 파업에 돌입하면서 발생했다. 직원 1인당 5800만 원가량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파업은 지난달 8일 부분파업으로 시작해 같은 달 11일부터 총파업으로 확대되면서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연말까지 파업이 풀리지 않으면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차질 차량은 수만 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트랜시스 자회사이자 직원 1700명을 둔 현대트라닉스는 5일 “부품을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부품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객사(현대차)에 손해를 발생시켰다”며 노조의 복귀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들의 성과급 요구와 이에 따른 후폭풍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현대제철과 현대위아의 임금 및 단체 협약의 주요 쟁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3년간 매년 “현대차 수준으로 성과급을 달라”는 부품 계열사의 요구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현대차·기아가 전 직원 대상 특별격려금 400만 원을 지급하자 현대모비스 3개 지역(울산, 진천, 창원) 노조는 동일한 특별격려금을 요구하며 서울 본사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해 2월에도 같은 이유로 본사를 점거하기까지 했다.
올해는 현대위아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위아 노사는 7월 상견례 이후 5일까지 4차례의 본교섭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9월 상견례 이후 현재 구체적인 노조 요구안을 마련 중인 현대제철 노조 역시 최근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총파업 결의식을 열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2022년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와 같은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146일간 무단 점거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자동차 산업의 변혁기에 인재 확보가 시급한 현대차그룹으로선 높은 성과급으로 고급 인력 유치에 나서고 싶어도 계열사 눈치를 봐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