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 테스트카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율주행기술 상용화 분야에서 한 발짝 앞서나간다. 내년부터 독일 아우토반에서 벤츠 운전자들은 시속 95km 영역까지 향상된 자율주행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당 자율주행기술은 레벨3 등급으로 변수가 많지 않은 고속도로나 국도 등 특정 운행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도시로 진입하거나 특정 구간 외 지역에서는 운전자의 조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건부 자율주행이라고 한다.27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대 시속 95km 주행을 지원하는 레벨3 자율주행기능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 최신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벤츠는 독일 연방 자동차청(Germany’s Federal Moter Transport Authority)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초기 단계 레벨3 조건부 자율주행기능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왔다. 다음 달을 기점으로 해당 기술 인증이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벤츠는 새로운 버전 드라이브 파일럿을 개발해 재인증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 측은 12월 말 재인증이 완료되고 내년 초부터 새 버전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을 활성화한 모습
새 버전 드라이브 파일럿은 테슬라처럼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서비스센터 방문을 통해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한다. 별도 부품이나 하드웨어를 변경할 필요는 없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율주행기능이 지원하는 주행속도다. 벤츠는 인증이 완료되면 드라이브 파일럿은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조건부 자율주행 레벨3 시스템이 된다고 전했다.
마르쿠스 쉐퍼(Markus Schäfer) 메르세데스벤츠AG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사회 멤버)는 “조만간 독일 고속도로 특정 조건에서 최대 시속 95km로 조건부 자율주행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벤츠 운전자들은 더욱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 센서 구성
이번 최신 자율주행기술 공개로 벤츠는 차세대 자동차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에 오르게 됐다. 쉐퍼 CTO는 “벤츠는 산업 표준을 하나씩 정립하면서 자율주행시대로 가는 길을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벤츠에 따르면 이번 최신 드라이브 파일럿은 고속도로 우측 차선에서 활성화할 수 있다. 교통이 혼잡하거나 정체된 도로에서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운전자는 시스템에 운전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서 운전에 개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
최신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이 활성화되면 운전자는 업무를 보거나 웹서핑, TV시청, 소니픽쳐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라이드뷰(RIDEVU) 감상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벤츠 측은 소개했다.자율주행 기능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중화된 시스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안전한 주행을 구현했다. 조향과 제동, 온보드 전기 시스템 등 주요 기능을 이중으로 보호하면서 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하면 차가 안전하게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겨주도록 했다. 특히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센서, 라이다 등 각종 센서들이 쉬지 않고 실시간으로 차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분석하도록 개발됐다고 벤츠 측은 설명했다. 독일 현지에서는 고정밀 지도와 위성 정보가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과 연동돼 보다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고 한다. 고정밀 지도는 도로와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고 위성 정보는 차의 위치를 cm 단위까지 정확하게 파악하다.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을 활성화하고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는 더욱 빠른 주행속도를 지원하고 활성 시간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드라이브 파일럿 시스템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일 내 조건부 자율주행 허용 최고속도는 시속 130km라고 한다. 벤츠의 경우 안전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주행속도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시속 130km 주행을 지원하는 가장 안전한 자율주행기능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또한 사회적·윤리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율주행이 활성화되면 켜지는 청록색 표시등 개발을 완료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벤츠는 자율주행 기능이 활성화된 차량의 경우 이를 다른 운전자나 외부에 즉각적으로 알리는 것이 사회적·윤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자율주행 시대에 가까워질수록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모빌리티 기술과 기능이 더욱 진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브 파일럿 테스트카. 자율주행 기능이 활성화되면 청록색 등이 켜지는 방식을 제안한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