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미 수출 의존도 높아진 국산차에 ‘빨간불’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량 확대를 위해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해 현재 미국 내 연간 최대 생산량은 100만 대 수준으로 이를 단계적으로 12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리하던 수출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려면 국내 노조와의 협상이 필수적”이라며 “관세 부과로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관세 부과에 대응할 뚜렷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시장 ‘철수설’이 재점화하고 있다. 노사 대표단이 15일 GM 본사를 방문해 관세 대응책을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GM 본사 측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대책 마련 고심 빠진 정부·업계
정부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범위가 완성차뿐 아니라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부품, 차량용 전자부품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안 장관은 “한국 자동차 수출의 절반가량이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특히 완성차 업체보다 부품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조치는 단기간에 끝나는 문제가 아닌 장기적 과정”이라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4월 중 자동차 산업 비상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 방안에는 긴급 유동성 공급 확대, 관세 대응 체계 구축, 국내 투자 환경 개선, 내수시장 활성화, 수출시장 다변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미 협상 테이블에 나서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에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한 달 유예된 것은 북미 통합 공급망에 의존하는 미국 현지 자동차 브랜드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향후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결정되더라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근거해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은 예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