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세단이란 세단처럼 편안하면서도 스포츠카처럼 폭발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차를 뜻한다. 그러나 컨티넨탈을 비롯한 이전의 제품들은 스포츠카의 성능보다 세단 특성이 강화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벤틀리의 스포성을 더 원하게 됐고, 희망에 따라 벤틀리는 컨티넨탈이지만 극대화된 운동성능을 가진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를 시승했다.

▲스타일
전통 벤틀리 외관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슈퍼카의 특성을 반영, 고유한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두 개의 수직 그릴과 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센터 그릴은 고성능을 지닌 차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차가 더 낮아보이는 효과를 낸다. 그 위에는 엠블럼이 위치하고 있다. 헤드램프 또한 전통의 4등식 헤드램프를 채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2도어 쿠페의 모습으로 스포츠카를 대변하는 형태다.
측면은 공기역학적인 구조가 눈에 확 들어온다. 앞바퀴와 뒷바퀴를 감싸 올라가 수평선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선은 이 차가 얼마나 달리는 성능에 맞춰져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C필러 부분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속을 빠르게 헤집고 다니는 어뢰의 모습이 연상된다. 뒤쪽은 단조로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단순미를 최대한 살려낸 디자인이다. 뒤에서 누가 봐도 ‘이것은 벤틀리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리어 램프와 엠블럼이 위치했다. 시승차의 외장색은 흰색이었지만, 조금 푸른 느낌이 감돌아 고급스러우면서도 젊은 감각을 내고 있다.
내장은 기존 제품에 우드 패널이 쓰였던 것과는 달리 카본 소재를 곳곳에 채용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스포티한 느낌을 낸다. 센터페시아와 글로브박스, 문의 손잡이 등에 배치됐다. 알칸타라 및 소프트 터치 가죽과 잘 어우러진다. 뒷좌석이 마련돼 있던 자리에는 역시 카본소재를 채택한 빔을 갖춘 보관 데크가 들어가 있다.
새롭게 제작된 경량 스포츠 시트는 탑승자의 몸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탄소섬유 버킷 백패널을 도입했다고 하는데, 덩치가 큰 사람은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재 자체는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밀도가 높다. 허술하지 않다는 뜻이다. 외장색인 흰색과 대조를 이루는 붉은색도 강렬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색상은 기본 4가지로 구성됐으며, 선택품목으로 총 17가지를 고를 수 있다. 계기판은 좌우 대칭형으로 구성됐다. 중심에는 트립컴퓨터가 위치했는데,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에서 보이는 익숙한 형태다.

▲성능
슈퍼카를 제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는 소리를 조각하는 일이다. 소리에 따라 특성에 맞는 고성능 스포츠카가 될 수도 있고, 아주 밋밋한 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리는 차의 지문이라는 말도 있듯이 메이커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항목이다. 키를 돌려 소리를 확인했다. 첫 음은 굉장히 강력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듯 포효하는 듯한 소리다. 웅장하게 가슴을 꽉 채우는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 조금씩 속력을 냈다. 그러자 근육질의 소리가 어느덧 요조숙녀 같은 소리로 변화하고 있었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등이 시종일관 강한 배기음을 내는 것과는 달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는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행 시에는 나긋나긋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컨티넨탈 슈퍼스포츠가 단순히 성능만을 강조하는 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극단적인 스포츠 성능을 표현했지만 세단의 정체성도 잊지 않았다.
W형 12기통 6.0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은 630마력, 최대토크는 81.6kg·m을 낸다.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순간적인 가속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이르는 속도는 3.9초에 불과하다. 따라서 직선 주행에서는 어떤 차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퍼포먼스를 뿜어낸다. 치고 나가는 맛이 극대화됐다. 최고시속은 329km다. 그러나 이 속도까지 낼 수 있는 도로가 국내에는 없어서 진정한 성능을 느끼기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직선 주행의 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곡선주로에서도 그 성능을 여지없이 보인다. 어떤 이는 코너링 성능에 감동했다는 찬사를 보냈다. 길이 4,807mm, 너비 2,194mm, 높이 1,390mm의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빠르고 깔끔한 달리기 성능과 안정성을 보여준다. 이는 40:60으로 토크가 배분된 AWD와 넓어진 후방트랙, 맞춤식 경량 20인치 합금 휠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특한 전자주행안전프로그램 EPS와 기어 변속을 절반으로 줄인 ZF의 6단 자동변속기도 성능에 한몫 거들고 있다.
이 차의 또 다른 특징은 바이오 에탄올(E85)도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친환경차라는 최근의 경향에 발을 맞춘 것이다. E85란 가솔린 85%에 15%의 식물성 바이오 에탄올을 결합한 연료로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 어느 연료를 쓰든 일정한 토크와 출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쓸 수 없어 일반 가솔린으로 달린다.

▲총평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컨티넨탈이다. 다시 말해 기존 컨티넨탈의 세단적인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스포티함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너무 과격해지지 않음을 택함으로써 '생활밀착형'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에브리데이 슈퍼카’의 개념이 더욱 강하다. 다른 라인업의 차보다 젊은 느낌이 나는 점도 특징이다. 벤틀리의 소비자층이 좀 더 어린 층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벤틀리 사상 가장 강력하고 빠른 벤틀리'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 부드러우면서도 놀라운 퍼포먼스는 그런 수사를 더욱 완벽하게 꾸며준다. 이미 국내에서 5대의 제품이 계약됐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구매가 가능한 소비층에게는 이 차의 성능이 3억7,000만 원이라는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머니를 열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이겠지만, 드림카로서 존재감도 확실한 차라는 점만은 명확하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