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제왕, 랜서 에볼루션 MR 타보니

ev라운지
입력 2010-06-02 12:28:37업데이트 2023-05-10 22:59:01
미쓰비시의 아이콘인 랜서 에볼루션은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야 한다'는 자동차의 기본을 매우 충실하게 담아낸 차다. '랜서 에볼루션'보다 '란에보(일본식 이름으로는 '랜서'가 아니라 '란사'이므로)'라는 애칭으로 많이 불리는 이 차는 뛰어난 성능 덕분에 마니아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8년 국내에 출시할 때에도 란에보는 공급이 부족할 만큼 인기를 누렸다. 비싼 값에도 란에보 마니아들의 성원이 이어지면서 명성을 확인했다. 그러자 미쓰비시는 란에보의 업그레이드 차종인 MR을 내놓으면서 가격마저 내렸다. 이는 절대적인 지지 기반의 확대를 의미한다. 흔히 '공도(하이웨이)의 제왕'으로 불리는 랜서 에볼루션 10기 2010년형 MR을 시승했다.

▲디자인
란에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앞쪽의 사다리꼴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과격하면서도 박력 있는 디자인은 란에보의 상징과도 같다. 2010년형 그릴은 이전보다 조금 넓어져 시각적인 대담함은 물론 냉각 기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릴에는 번호판을 부착할 곳이 없어 좌측 범퍼로 옮긴 번호판도 국내에선 란에보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화난 것처럼 눈 꼬리가 올라간 헤드램프는 차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듯한 매서운 눈매다.

옆 모습은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하이테크형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전투기를 떠올릴 만큼 날렵하면서도 다부진 인상을 준다. 새로 적용한 대형 사이드 에어댐도 인상적이다. 뒤쪽은 역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리어 스포일러가 압권이다. 트렁크 리드에 들어간 빨간 LED는 뒤따르는 차 운전자가 앞 차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기도 하다. 고속 주행이 특징이어서 급제동이 많을 수 있음을 감안한 조치다.

실내는 구형보다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시트는 레카로제 스포츠 버킷 시트로서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의 몸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몸에 딱 맞는 수트처럼 밀착되는 느낌이다. 고성능 차종이라는 점에서 2열 시트도 거의 버킷형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1열보다는 탄성이 남아 있다. 기존 모델보다 얇아진 앞좌석 덕분에 앞뒤 간격은 넓어졌다. 고성능이지만 뒷좌석 승객도 최대한 배려한 셈이다.

계기판은 직관적이다. 왼쪽은 엔진회전계(RPM), 오른쪽은 속도를 나타낸다. 간결하게 흑백이 대비를 이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계기판 중앙에는 각종 정보가 나타나는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가 컬러로 자리잡았다. S-AWD의 주행모드와 제어량, 트윈 클러치 SST의 모드와 기어 단수, 평균 속도, 연비를 표시한다. 계기판 오른쪽의 ‘INFO'버튼으로 조정한다. 중저음이 탁월한 락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 시스템도 장착했다.


▲성능
엔진은 직렬 4기통 DOHC MIVEC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쓴다. 최고출력 295마력에 최대토크는 41.5kg·m이나 된다. 변속기는 6단 듀얼 클러치 SST(Twin Clutch Sport Shift Transmission)를 장착했다. 구동방식은 전통적으로 4WD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미쓰비시의 자랑인 S-AWC(Super All Wheel Control)도 있다. 앞뒤 바퀴 차동 제한을 제어하는 ACD와 뒷바퀴를 제어하는 AYC, 브레이크 록을 방지하는 ABS, 네 바퀴의 브레이크 힘과 엔진 출력을 제어하는 ASC 등을 통합 제어하는 기능이다.

시동을 걸면 '우르릉' 우는 소리가 들린다. 언제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운전자에게 알리듯 경쾌하다. 그렇다고 크거나 듣기 싫은 배기음은 아니다. 진동이나 아이들링이 생각보다 차분하다. 가속페달의 첫 반응은 민첩한 편이다. 페달을 밟자마자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조금 더 밟으면 묵직한 배기음이 귀를 때리면서 가속페달에 더욱 힘을 주게 만든다. 그와 함게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도 긴장감이 전달된다. 특히 기어 변속이 매우 촘촘하다. 첫 변속은 50km/h, 다음은 90km/h, 120km/h, 160km/h 순으로 이뤄진다. 배기량이 같은 다른 차들과 비교해봐도 분명 차이가 있다. 그 덕분에 가속이 시원하다. 시속 200km까지 도달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시속 220km부터 6단으로 넘어가면서 폭발적인 가속은 조금 줄지만 그 이상도 충분하다. 단거리 스프린터라는 컨셉트로 태어난 만큼 순간 가속력은 여느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고성능이지만 주행모드는 '노멀' '스포트' '슈퍼 스포트' 등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비록 고성능이지만 모든 도로에서 위용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멀'로 운행하다 용도에 따라 순간 파워가 필요하면 '스포트', 경주용 서킷에 들어가면 '슈퍼 스포트'를 선택하면 된다. 각 용어에 걸맞게 '노멀'을 선택하면 비교적 점잖은 고성능이지만 '스포트'로 넘어가면 트랜스포머처럼 질주 본능을 보여준다. '슈퍼 스포트'는 딱히 말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란에보가 가지는 또 하나의 주행 특징은 코너링이다. S-AWD 탓이다. 속력을 한껏 올린 채로 코너링을 하면 거의 완벽하게 횡력을 제어한다. 경주용 서킷의 깊은 코너링을 견디도록 설계했으니 어지간한 길에서도 좌우 코너링은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가능하다. 노면과 붙어 달린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자석 같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브렘보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는 더할 나위 없는 제동력을 선사한다. 초반 반응이 더디다는 느낌도 있지만 순간 제동은 탁월하다. 고속 주행이 특징이니 브레이크 성능도 그에 따라 고성능이어야 한다. 한 마디로 '오로지 달리고, 돌고, 서는' 컨셉트에 매우 충실한 차가 바로 란에보인 셈이다.


▲총평
랜서 에볼루션은 분명히 매력이 넘치는 차다. 게다가 이번에는 가격까지 10% 낮춰 5,950만 원에 판다. 란에보를 꿈꿔왔던 사람에게는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셈이다. 공도의 제왕, 랠리의 황제라는 명칭이 나타내는 것처럼 5인승 세단으로, 그리고 2,000cc 배기량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성능을 모두 갖췄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전형, 란에보의 변화는 분명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싶다.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