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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레거시 비싼데다 연비도 불안? 그런데 왜…

동아일보
입력 2010-06-18 09:59:48업데이트 2023-05-10 22:55:17
스바루가 전략 세단인 레거시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 했다. 레거시의 가세로 일본산 중형 세단의 경쟁구도는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이 시장은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의 대립구도에 닛산 알티마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고 미쓰비시 랜서는 조금 떨어져서 따르는 양상이다. 더욱이 최근 가격이 오른 국산 중형 세단과도 경쟁을 벌여야 해서 후발주자인 스바루로서는 시장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복서 엔진과 4WD를 채용한 레거시가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스바루는 자신있게 밝힌다. 과연 레거시가 어떤 차길래 그렇다는 말인가? 스바루 레거시 3.6R을 타고 확인해 보기로 했다.


▲디자인
5세대 째를 맞는 레거시의 자랑 중 하나는 젊음과 패기가 느껴지는 스포티한 외관이다. 기존의 밋밋한 외관이 비판의 대상이었다면, 신형 레거시는 차 성능에 걸맞는 힘차면서도 새로운 가치와 존재감을 창출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전면부를 살펴보면 헤드램프는 꽤 공격적이다. 한껏 치켜올린 눈매가 그렇다. 차의 첫인상이 거의 모두 헤드램프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일단 강한 인상을 주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그릴 디자인은 로고를 중심으로 굵은 크롬바가 활짝 핀 날개 모양을 하고 있어 스바루의 진취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러나 크롬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악영향을 끼칠 만큼 지나치다는 느낌도 든다.

범퍼는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보다 확대됐다. 역시 강인한 인상을 위한 것이라고 회사는 전한다. 그러나 범퍼 한가운데 있는 공기 흡입구는 공기를 빨아들여 내부를 식히는 애초의 목적에는 잘 맞을 만큼 크지만 조금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공기와 함께 작은 돌멩이, 비닐, 불순물이 차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어떤 장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공기 흡입구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바로 보일 만큼 '무방비상태'다. 차를 위해서라도 이 부분의 개선은 필요할 것 같다.

내부는 미국에서 잘 팔리는 일본차답게 매우 간결하고, 기능적이다. 자동차 정보와 내비게이션, 오디오 컨트롤처럼 자주 쓰는 기능들은 센터패널로 모두 통합했다. 편의를 고려한 까닭이다. 화려함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소지가 있다.

뭔가 버튼이 많아야지만 기능적인 요소가 많으리라고 평가하는 소비자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차들도 비슷한 인테리어 수준이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고급스러움을 위해 원목 패널을 썼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롭지는 못하다는 느낌이다.

실내 공간은 활동에 무리가 없을 만큼 넉넉히 확보됐다. 앞뒤는 물론 양옆 좌석 사이를 고려해 널찍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특히 앞좌석의 뒷부분을 패이도록 해 뒷좌석 탑승자의 무릎 공간을 확보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성능
스바루 차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박서엔진(수평대향엔진)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슈퍼카인 포르쉐가 박서엔진을 쓰지만 승용차는 스바루가 유일하다. 그래서 레거시의 성능이 웬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시승차에 올라간 6기통 3.6ℓ DOHC 박서엔진은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헤드를 썼다. 그렇게 함으로써 엔진 무게는 3.0ℓ 모델과 같으면서도 용량을 600ℓ나 끌어올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시 말하자면 같은 무게로 훨씬 큰 힘을 낸다는 뜻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그 느낌은 명확하다. '가속력이 풍부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엔진의 힘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러나 포르쉐 같은 민첩함을 내보이는 것은 아니다. 같은 수평대향 엔진이라도 차 컨셉트에 따라 엔진이 내는 맛은 조금씩 다르다.

트랜스미션은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2.5ℓ에 6단 무단변속기가 올라간 것과는 큰 차이다. 회사는 300마력이라는 강한 출력에도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런지 기어 변속 때 일어나는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다.

특히 저속기어로 변속할 때의 응답성이 빠르다. 수동 모드로 운전할 때 그 느낌은 더욱 강하다. 주행 스타일이나 도로상태 등 주행환경에 가장 알맞은 기어를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댑티브 컨트롤(Adaptive Control)' 기능은 최적의 주행을 가능케 한다.

레거시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상시 4WD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SUV를 중심으로 채택하던 4WD가 최근에는 세단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이는 4WD가 주행 성능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거시가 경쟁차와 비교해서 차별성을 띠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네 바퀴가 모두 지면과 밀착해 앞으로 나가므로 어느 코너에서도 쏠림 현상이 덜하다. 직선 주로에서도 4WD는 큰 역할을 한다. 스바루에서는 4WD보다는 AWD라는 표현을 쓴다.

레거시 3.6ℓ의 연비는 9.1km/ℓ로서 연비로는 경쟁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4WD 때문에 경쟁차보다 무게가 더 나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견딜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총평
레거시는 스바루의 시장 전략 세단으로 공식 출시 4개월 전에 일찌감치 국내에 소개되며 그 존재를 드러냈다. 지난 겨울에는 스키장을 올라가는 드라이빙 체험 행사를 가져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첫 달 판매 성적은 2.5ℓ와 3.5ℓ 합쳐 34대로 기대에는 못 미치는 편이다.

업계는 이러한 이유를 두고 두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브랜드 인지도다. 이 점은 스바루코리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직은 낯선 브랜드라는 것이다. 토요타나 혼다, 닛산이 국내 소비자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회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하나는 가격 문제다.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2.5ℓ모델이 3,690만 원, 3.5ℓ모델은 4,190만 원으로 경쟁차들과 비교해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하게 시장 논리를 따랐다고는 하지만 최근 일본산 중형 세단들 사이에 불고 있는 가격파괴 바람을 감안하면 판단 착오가 아닌가 싶다.

제품의 품질보다는 가격에 좌지우지되는 소비자 성향을 탓하기엔 전략 자체가 너무 어긋났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거시를 구입한 소비자나 시승을 한 내방객들을 중심으로 좋은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점은 스바루로서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즐비한 일본산 중형 세단 시장에서 레거시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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