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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車가 8000만원이라고? 막상 타보니 헉!…

동아일보
입력 2010-06-28 10:00:24업데이트 2023-05-10 22:53:06
로터스(Lotus)는 경량 스포츠카로 유명하다. 작은 체구지만 지방이 전혀 없는 단단한 근육질이다. 여기에 심장은 1.8ℓ에 수퍼차저를 더해 힘이 220마력이나 된다. 무게가 870㎏임을 감안하면 1마력당 3.9㎏만 감당하면 된다. 덕분에 0→100㎞/h는 5초가 채 안될 만큼 빠르다. 최고시속은 240㎞지만 가속력만큼은 슈퍼카 부럽지 않다.


▲ 디자인
누가 봐도 주목을 끈다. 보닛은 납작하게 내려가고 좌우 펜더는 볼륨을 한껏 부풀렸다. 노려보는 듯한 헤드램프는 스포츠카의 외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역학적 디자인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보닛에 덕트가 있어 더욱 강한 인상을 풍기는 것도 스포츠카다운 모습이다.

옆면은 실루엣이 분명하다. 짧은 오버행과 도어 핸들이 따로 없는 손잡이, 그리고 옆구리가 음푹 들어간 모습도 볼륨감의 극치를 이룬다. 이 같은 역동성은 뒷모습에도 그대로 이어져 분리형 리어램프를 만들어 냈다. 우측 아래 대구경 머플러도 강렬한 면모를 보여주는 데에 한몫 거든다. 엔진 덮개의 덕트는 뜨거운 공기를 식혀주는 역할이며, 일반적인 스틸이 아닌 카본 재질이라 무척 가볍다. 엔진룸 바로 앞에 있는 트렁크는 소프트톱 커버가 들어가면 딱 맞을 만큼 작다. 최대한 몸집을 줄인 경량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이만한 트렁크도 감사할 따름이다.

인테리어는 한 마디로 단순, 간결 그 자체다. 레이싱 전용 스티어링 휠에는 오로지 경음기 버튼만 달려 있을 뿐이고, 센터페시어라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센터페시어에는 오디오와 공조장치만 간단히 달려 있다. 계기판도 속도계와 엔진회전계 중심으로 디자인했다. 몇 가지 정보가 표시되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달리는 데 필요한 것 외에 편의장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 성능 & 승차감
엘리제는 경량 스포츠카다. 따라서 스포츠카답게 승차감은 매우 단단하다. 게다가 높이가 낮아 도로에 밀착된 느낌이 강하다. 실제 운전석에 앉으면 일반 세단형 승용차를 옆에서 높이 올려다봐야 할 만큼 낮다. 운전석 문을 열었을 때 시트는 거의 바닥에 붙어 있다. 덕분에 타고 내릴 때 불편하지만 그것도 매력으로 간주해야 한다. 스포츠카라는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키를 넣고 왼쪽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우렁차게 걸린다. 대구경 머플러에서 나오는 소리가 경주용 자동차에 버금갈 만큼 크다. 페달의 각도도 경주용차와 비슷한 90도를 유지했다. 따라서 엉덩이를 시트에 바짝 밀착시켜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페달을 조작할 때 힘이 달릴 수 있다. 엉덩이로 시트를 밀었을 때 나오는 반발력으로 클러치를 밟아야 할 만큼 클러치의 답력이 세다.

레버를 1단에 넣고 서서히 움직였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마치 포효하는 듯 머플러에서 웅장한 배기음이 뿜어져 나온다. 2단과 3단에선 마치 오케스트라 클라이맥스 연주를 듣는 것처럼 최고조가 된다. 경주용 자동차와 전혀 다를 게 없다. 아니, 그냥 경주용 자동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이다.

3단에서 시속 120㎞까지 순식간에 오른다. 0→100㎞/h에 4.5초가 걸린다는 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4단, 5단, 6단까지 변속하며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시속 200㎞도 거뜬하다. 무게 870㎏을 1,800㏄ 배기량에 수퍼차저가 더해진 220마력짜리 엔진이 감당하니 힘은 넘친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또한 변속할 때 고성능 유지를 위해 5,000rpm 이상에서 시프트업을 하니 달리는 맛은 일품일 수밖에 없다. 날렵한 몸매에 어울리는 고성능이다.


회전력도 좋다. 지상고가 낮아 스티어링 휠을 마음껏 돌려도 차가 견뎌준다. 물론 부드러운 승차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해 태어난 차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낮은 차체와 단단한 댐핑은 골곡도로에서 실력을 발휘하는데, 시속 100㎞의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도 손쉽게 빠져 나간다. 급하게 돌아나갈 때 타이어 마찰음만 조금 있을 뿐 지지력은 최상이다. 경주에서 헤어핀을 통과하는 것을 감안해 설계됐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된다. 롤케이지만 없을 뿐 달리기는 경주용차와 같다.

잘 달리면 당연히 잘 서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제 아무리 고속에서도 순식간에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발열 브레이크 디스크의 역할에 믿음이 간다. 작은 장난감 같은 차지만 성격은 슈퍼카에 버금간다.

고회전 변속이 많다는 점에서 연료효율이 나쁠 것으로 여기면 오산이다. 무게가 적어 연료효율은 ℓ당 11.7㎞나 된다. 차의 특성에 따라 고회전 엔진을 많이 이용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지만 중량에서 부담을 덜어내 효율을 높였다. 중량을 줄이면 가속력과 효율이 동시에 올라간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차가 바로 엘리제SC다.


▲ 총평
로터스 엘리제SC는 흔히 말하는 무난한 차가 아니다. 경주용차를 동경해 온 사람, 또는 평소 고성능을 즐기는 사람에게 맞는 차다. 자동차의 상품성이 감성과 편의품목 등으로 변해가는 시점에서 고집스럽게 경량과 고성능을 추구한 것은 그만큼 로터스의 철학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주변에서 편의장치와 감성에 치중할 때 오로지 '달리기'라는 자동차의 기본 속성에 충실하겠다는 게 로터스의 생각이다. 엘리제SC도 이런 로터스의 철학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차의 크기만 보고 7,800~8,660만 원을 내려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달리기를 경험해 보면 가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로터스 엘리제SC, 역시 가볍고 잘 달리는 차다.

시승/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