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C는 특유의 존재감 있는 디자인을 가진 크라이슬러의 대표 세단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판매가 시작돼, 2006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0대를 돌파하며 효자 차종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의 위기와 함께 모델 노쇠화에 따라 2010년엔 연간 800대 수준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등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인수 후 300C는 그동안의 장점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모했다. 이전까지가 '아메리칸 마초'를 대변하는 듯한 강렬한 이미지였다면, 뉴 300C는 유럽 특유의 섬세함이 조합돼 좀 더 부드러운 인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동력성능은 올리면서도 경제운전이 가능한 신형 엔진까지 장착돼 300C는 다시한번 크라이슬러의 중흥기를 꿈꾸고 있다.
▲디자인
좌중을 압도하는 웅장함은 그대로다. 보는 이로 하여금 박력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전의 육중함보다는 날렵함이 느껴진다. 유럽의 감성이 더해진 탓이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크라이슬러의 새로운 프로그레시브 윙 엠블럼이 전면부 그릴 위쪽에 들어갔다. 기존보다 깔끔해진 디자인의 크라이슬러의 변화를 대변한다. 300C의 상징과도 같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격자무늬로 이뤄졌던 구형 모델과 달리 7개의 직선 크롬바로 모던하게 마무리 됐다. 헤드램프는 기본적으로 구형과 모양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세로 길이가 짧아지고 램프 안쪽으로는 'U'자를 눕힌 모습의 LED램프가 적용,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범퍼 아래의 그래픽도 더욱 단순하게 다듬어졌다.
측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강력한 디자인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평행선이 강조된 기존 디자인과 달리 새로운 300C는 역동적인 느낌이 강하게 줄 수 있도록 뒤쪽으로 갈수록 약간 높아지는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20인치로 확대된 휠은 그에 걸맞는 커다란 휠 아치와 함께 300C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후면의 세로형 리어램프도 크롬 장식이 강화되고 가운데에도 세로 크롬 라인이 강조됐다. 역시 고급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기존의 약간 밋밋하고 재미없던 것에서 벗어나 리어 스포일러와 엠블럼을 중심으로 약간의 음각 처리가 돼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실내에서는 가장 먼저 중앙의 센터 페시아의 변화가 눈에 띈다. 가장 상단에 장착된 8.4인치 터치스크린이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아래로는 로터리 조절 방식의 공조장치가 들어갔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크라이슬러 엠블럼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크루즈 컨트롤과 트립 컴퓨터, 오디오 볼륨 조절 스위치가 들어가 편의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채택된 플라스틱 소재는 질이 약간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스티어링 휠의 굵기도 동양인의 손 크기에도 약간 벅찬 느낌이다. 계기판은 속도계, 엔진회전계를 중심으로 한 4단 구성에서 2단으로 정리됐다. 야간에는 푸른색 조명이 시원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성능
신형 300C에는 최 출력 296마력, 최대 토크 36.0kg·m의 신형 3.6ℓ 펜타스타 V6 엔진이 탑재됐다. 변속기는 전자식 5단 오토스틱이 적용됐는데, 최근 고단 변속기를 선호하는 추세에서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스마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이전보다 내부로 유입되는 소음이 많이 줄었다. 안락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프리미엄 세단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이후 속도를 높여갔는데도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는 느낄 수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후륜구동 특유의 가속감이 인상적이다. 차체의 무게는 1,815kg으로 구형 모델과 같다. 그러나 엔진의 출력이 약 47마력 늘어난 덕분에 가속감은 더욱 풍부해졌다. 속도를 더욱 높였다. 역시 힘이 뒷받침되니 속도를 올려도 안정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금세 시속 100km를 돌파해 다른 차들을 뒤로 밀어냈다. 하체 감성은 기존의 울컥거리는 것과 비교해 부드럽고 유연한 반응이다. 독일의 다소 단단함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닮았는데 주 소비층이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의미가 있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곡선 주로를 빠져나가는 실력은 역시 이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안정감이 커졌다. 전체적으로 주행 성능 등이 크게 늘어난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미국차의 단점은 크고 무식한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었는데, 300C는 그런 느낌이 철저하게 배제됐다. 제동 능력도 우수하다. 차체 크기를 감안한다면 만족할 만한 응답성과 제동력이다. 연료효율도 새로운 엔진에 따라 ℓ당 8.7km에서 9.1km로 향상됐다.
▲총평
크라이슬러의 300C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종으로 국내 소비자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왔으나 다소 위협적인 외관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신형의 과제는 이런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300C를 보고 있자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외관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미국차는 크고 무식하기만 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기존의 소비자와 새로운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려는 메이커의 노력도 엿보인다. 게다가 힘이 좋아져 주행 성능이 강화됐으면서도 연비 또한 향상돼 최근 고효율의 차를 좋아하는 소비 성향을 만족시키고 있다. 과연 300C가 크라이슬러의 리더로서 미국차의 중흥기를 다시 이끌 수 있을지 내심 기대된다. 그러나 다소 부족해 보이는 라인업은 약점이다. 가격 5,980만원.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