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폴크스바겐 ‘투아렉’

한상준기자
입력 2011-07-22 03:00:00업데이트 2023-05-10 21:48:28

‘제타’, ‘CC’, ‘골프’ 등 세단 및 해치백 모델을 주로 선보였던 폴크스바겐은 7월 고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을 내놨다. 가격대가 8000만 원을 넘어서는 투아렉을 통해 고급형 SUV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V6 TDI와 V8 TDI 등 두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된 투아렉 가운데 V8 모델을 탔다.

외관은 한층 우람해졌다. 길이가 2839mm로 과거 모델에 비해 41mm가량 늘었다. 커진 만큼 실내 공간도 넓어졌다. 뒷자석에 성인 남성이 타도 좁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폴스크바겐 특유의 패밀리 룩이 적용된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릴 것 같다.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지만, 전면부는 제타와 많이 비슷하다. 차체는 커졌지만 성능은 폴스바겐의 최근 트렌드인 ‘다운사이징’ 기술이 적용돼 오히려 나아졌다. 기존 V10 모델에서 V8 모델로 바뀌면서 실린더가 2개 줄었고, 배기량도 4910cc에서 4134cc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고 출력은 340마력으로 약 10%, 최대토크는 81.6kg·m으로 약 7% 높아졌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진동과 소음이 놀랄 정도로 적다. 약간은 시끄러워도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해 따윈 구하지 않고 성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도일까. 가속 페달을 밟고 시속 60km 정도에 이르기까지는 “이 정도로 달리라고 만들어진 차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 같은 답답함이 든다. 시속 60km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엔진음이 낮고 아름답게 깔렸다. 비로소 특유의 거침없는 힘이 느껴지면서 재미가 붙었다. 8단 자동변속기와 V8 엔진의 조합은 밟는 대로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고, 스티어링 휠은 적당히 묵직해 운전하는 맛이 났다. 주행 성능은 가격이 더 비싼 다른 SUV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럭셔리 SUV’라는 설명처럼 4륜 구동 시스템, 9개의 에어백, 4개의 카메라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췄다. 차량 천장을 통째로 뒤덮은 파노라마 선루프는 왜 ‘초대형’인지 이해가 간다. 다른 차량의 선루프와는 개방감이 다르다. 오프로드와 온로드 모드는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V8 모델의 연비는 L당 10.4km. V6는 ‘스타트 앤드 스톱’ 기능이 있어 L당 11.6km다. ‘연비의 폴크스바겐’을 생각하면 약간 아쉽지만 투아렉 V8의 최대토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SUV 가운데 가장 높다. 하긴, 대형 SUV 가운데 공인 연비가 한 자릿수인 모델도 꽤 있지 않던가. 가격은 V6 모델이 8090만 원, V8 모델이 1억1470만 원.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