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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자동차계의 엄친아” 캐딜락 CTS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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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21 10:26:13업데이트 2023-05-10 21:48:14
날카로운 직선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은 CTS 세단이 미국 보스턴의 근엄한 상류층을 그대로 상징한다면 CTS 쿠페는 세단과 같은 유전자를 가졌지만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 노는 '엄친아' 같은 느낌이 강하다.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 독특한 디자인은 커다란 이슈가 됐었다. 막내아들 같은 이미지도 바로 그 독특한 디자인에 기인한다.

CTS 쿠페는 국내에서 지난해 11월 본격 출시됐다. 역시 앞선 스타일을 내세우며 올해 CTS의 전체 판매에서 약 13.6%를 차지했다. 점유율 면에서 큰 족적을 남길 정도는 아니지만 단순 판매량에서는 CTS 3.0 세단에 이은 두 번째다. 더욱이 같은 3.6ℓ 엔진을 탑재한 CTS 3.6이 올해 9대에 그쳤다는 것을 살펴볼 때 CTS 라인업 중에서도 쿠페의 존재감은 완전 정립됐다고 할 수 있다. CTS 라인업의 이단아 CTS 쿠페를 시승했다.

▲스타일

캐딜락 전체를 관통하는 '아트 앤 사이언스' 디자인 기조에 따라 직선이 최대한 강조됐다. 손이 닿으면 베일 것 같은 그 날렵함은 어쩌면 역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쿠페와 적절할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전후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미국차 특유의 단단함이 조합됐다.

전면부는 CTS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세로형의 헤드램프, 방패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그대로다. 그러나 측면으로 돌아가 보면 CTS 쿠페가 가진 특징적인 매력이 드러난다.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차 높이는 더욱 낮아졌다. 이에 맞춰 A필러는 세단보다 앞으로 더 빠져나가고 윈드 실드도 각도를 예리하게 좁혔다.

세단의 도어 손잡이 등은 쿠페에선 과감히 배제됐다. 대신 차 안쪽의 터치패드에 손을 집어넣어 문을 열어야 한다. 대단히 미래적인 발상이지만 처음 차를 타보는 사람은 위치를 찾지 못해 터치 패드 주변을 이리저리 매만져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측면의 반 정도는 문이 차지하고 있다. 평행 주차 시 옆 차와의 간격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문이 열릴 각도가 부족하지만 쿠페 디자인에서 문이 작게 디자인 되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 쿠페가 가진 특징은 적절히 반영됐다는 생각이다.

후면의 트렁크 도어를 강하게 움켜쥔 것 같은 리어 램프의 디자인이 강렬하면서도 멋스럽다.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의 오토봇 군단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메인 스폰서가 GM이라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캐딜락 쿠페가 나왔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CTS 쿠페가 미래형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범퍼를 가로질러 트렁크 도어의 중앙은 세로로 돌출되어 있다. 캐딜락뿐 아니라 GM의 고급차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디자인 요소다. 국산차인 알페온에도 비슷한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실내는 세단과 별반 다른 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대칭형의 센터 페시아는 ‘에지 스타일’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쉐보레 크루즈에서도 이미 만나본 디자인이다. 다만 버튼을 누르면 솟아오르는 모니터는 꽤나 인상적이다. 완전히 열려있다면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등이 디스플레이 된다. 닫혀있을 때는 최소한의 정보만 표시된다. 계기판은 중앙의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우에 엔진 회전계, 연료계, 오일 온도계 등이 자리잡고 있다. 역시 GM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조명은 푸른색으로 되어 있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곳곳을 우드 트림으로 장식을 했다.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이며 효과도 좋다. 스티어링 휠에도 우드 트림이 적용됐다. 뒷자리 좌석도 존재하지만 쿠페 특성상 내리고 타는 일은 녹록치 않다. 공간도 넓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시트 포지션은 차에 맞게 낮게 설정됐다.


▲성능

CTS 쿠페에는 V6 3.6ℓ VVT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다. 304마력의 최고출력에 37.8kg·m이라는 최대토크를 낸다. 구동 방식은 후륜 구동을 채택하고 있으며, 하이드로매틱 자동 6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동일한 엔진이 올라간 CTS 3.6을 시승한 경험이 있다. 성능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쿠페에서는 그 맛이 더욱 살아난다. 가속 페달을 밟기 무섭게 도로를 헤치고 나간다. 아무래도 무게가 1,830kg에서 1,810kg로 줄어든 것도 큰 이유가 됐을 것이란 생각이다.

CTS 쿠페를 시승하기 직전에 같은 배기량의 300C를 탔는데, 300C는 특유의 묵직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보다 8마력이 높은 CTS 쿠페는 출력도 출력이지만 날렵한 면에서 300C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이 재빨랐다. 이는 운동 성능을 중요시하는 차의 성격상 가속에 중점을 둔 세팅이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가속 페달을 밟아 더욱 속력을 높였다. 속도가 오르는 느낌은 급하지 않고 안정되게 상승된다. 200km/h를 넘나드는 고속 상황에서도 안정성 면에서는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그러나 저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좌우 흔들림은 약간 느껴졌다.

하체 강성도 독일차의 매우 단단함과는 다르다. 달리기 실력을 뽐내는 차종이기 때문에 응당 단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소 부드러운 감촉도 남아있다. 그렇다고 물렁거리진 않는다. 다만 노면의 충격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의 딱딱함은 아니라는 소리다. 양쪽의 취향을 모두 고려한 느낌이다.

곡선 주로에서도 차가 불안하다거나 쏠리는 느낌 없이 도로에 붙어 빠져나간다. GM의 차들은 여유로운 제동이 특징이지만 그렇다고 제동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CTS 쿠페도 마찬가지로 우수한 제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공인 연비는 8.8km/ℓ다. 효율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최근의 경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3.6ℓ의 엔진과 달리기에 중점을 둔 쿠페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총평

국내에서 쿠페형 자동차는 그 위치가 다소 애매한 편이다. 2도어가 가지는 신체의 한계 때문이다. 일단 뒷좌석이 좁아 여러 사람이 타기 힘들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억지로 탔다하더라도 타고 내리기가 불편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늘 받는다. 따라서 쿠페는 언제나 대중들의 관심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CTS 쿠페의 유려한 디자인은 보는 내내 감탄을 갖게 한다. 국내 판매되고 있는 모든 쿠페형 자동차와 비교해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의 부담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물론 달리기 성능은 기본이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의 본질에도 충실하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가격 6,38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