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8 라인업은 엔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형태적으로 세단과 왜건에 따라 이등분된다. 1.6ℓ eHDi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돼 고효율이 특징이며, 2.0ℓ HDi 알뤼르는 파워와 효율을 겸비했다. 그리고 가장 큰 2.2ℓ HDi 엔진의 GT는 하체 보강 등을 통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또한 고급스러움을 강조키 위해 여러 편의품목을 대거 탑재했다. 1.6 eHDi에 이어 이번에는 GT를 시승하며 성능을 체험해 봤다.
▲스타일
508은 PSA그룹의 세계화 비전에 맞춰 디자인 변경, 첨단 장비의 탑재, 고급 소재 적용 등으로 철저히 아시아 시장을 겨냥했다. 푸조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 '플로팅 디자인'을 적용해 라틴 감성을 극대화했다고 강조한다. 다른 508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한층 절제된 듯하다. 특히 앞모양의 변화가 큰 탓에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GT의 경우 18인치 휠이 적용돼 단정한 모습의 다른 버전과 확연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조각을 거친 듯한 디자인과 훨씬 잘 어울린다. 날렵한 스포츠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충분히 풍긴다. 몇 달새 많이 알려진 탓인지 유난히 주차장에서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인테리어는 소재 고급화로 차별화를 부여했다. 1.6 eHDi와는 다른 느낌이다. 한층 고급스럽다. 브라운 컬러의 최고급 나파가죽 시트가 인상적이다. 운전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도어의 공간 활용성이 눈에 띈다. 508의 특징이다. 편안한 자세로 팔을 기댈 수 있으면서도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다. 손잡이 위치도 편하다. 도어 하단에는 넉넉한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실내엔 은은한 화이트, 오렌지 컬러의 조명이 어우러져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어 변속 레버에도 오렌지 조명이 있어 멋스럽다.

앞좌석 컵홀더는 센터페시어 상당 에어컨 송풍구 바로 아래에 자리했다. 음료 캔을 놓아두면 자연스레 시원함이 유지된다. 공조장치 조작부가 위에 있어 얼핏 낯설었지만 컵홀더의 활용성과 위치를 감안한 디자인으로 여겨진다. 내비게이션과 AV조작부는 센터페시어 하단에 위치한다. 운전중 지도를 보기 위해선 시선을 아래로 내려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의 내비게이션인 만큼 정확도는 뛰어난 편이다. 음성안내 만으로도 어려움 없다.
▲주행 & 승차감
이번에 기록한 최고시속은 228km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232km여서 조금 더 욕심을 내볼까 했지만 도로 여건상 참았다. 시속 210km 이상에서는 더디게 가속된다. 204마력의 2.2ℓ 디젤 엔진임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하다. 일단 꾸준한 가속감이 특징이다. 특히 토크가 2,000rpm에서 45.5kg.m에 달해 저속에서 느껴지는 펀치력은 또 다른 운전의 재미를 준다. 효율성을 무시한 가혹조건에서도 ℓ당 9km의 연료효율성을 보였다. 90km 정속주행시 연비는 20km를 넘어섰다. 공인 연료효율은 ℓ당 15.5km다.
독일차가 시원스레 뻗은 아우토반을 내달리는 스타일이라면 프랑스차는 구불구불한 길을 요리조리 헤쳐가는 묘미가 있다. 태생에 따른 특성 차이다. 덕분에 핸들링은 수준급이다. 게다가 GT는 508 라인업 중 유일하게 더블위시본 방식의 서스펜션이 적용돼 단단함이 보강됐다. 고속안정성도 좋다. 탄탄하면서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이 인상적이다. 좌우 움직임은 섬세하게 제어하지만 상하 움직임은 승차감을 고려한 탓인지 저속과 고속이 다르게 느껴진다. 150km 이상의 급코너링 구간에서 바깥으로 살짝 밀리는 느낌이지만 안전을 위해 언더스티어 현상을 일부러 내는 게 제조사들의 트렌드다.
코너에서 슬립을 시작해도 자세는 잃지 않는다. 바퀴가 헛돌거나 앞뒤 밸런스가 틀어지면 ESP가 작동, 자세를 바로잡는다. 도로 장악력과 자세 유지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타이어 횡 그립도 좋다. 흔히 주행하는 시속 100km에선 원하는 곡선을 그리며 날카로운 코너링이 가능하다. 구불구불한 길이 많은 프랑스차답다. 경량 알루미늄 서스펜션도 일조했다.

주행시 D레인지는 일반적인 디젤차의 움직임이다. S모드는 RPM을 높여 반응성을 빠르게 한다.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한 셈이다. 패들시프터는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지 않고 컬럼에 있다. 장단점이 있지만 취향 문제다.
급제동 시에는 멈추는 정도(속도)에 따라 비상등이 깜빡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완전히 정차하지 않아도 급제동 상황이면 무조건 작동한다.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춰서기 위해 브레이크 성능이 꽤 만족스럽다. 잘 듣는다.
앞좌석 승차감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계속 운전을 한 탓에 뒷좌석 승차감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듣는 데 주력했다. 주차장에서 만난 폭스바겐 파사트 운전자는 허벅지를 지지해주는 시트 아랫부분이 파사트에 비해 짧다는 지적을 했다. 30대 여성도 뒷좌석이 조금 좁게 느껴진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괜찮다는 의견도 여럿 있었다. 체형과 취향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싶다.
▲총평
도로에 달라붙은 채 날카롭게 코너를 돌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평범한 디젤 세단으로 생각했지만 다른 508시리즈보다 강하고 세련된 움직임을 보였다. 독일 디젤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508GT는 운전의 재미에 효율성과 고급스러움을 더한 차다. 예전에 비해 많이 친숙해진 감성을 표현한 디자인도 강점 중 하나다. 국내 판매가격은 5,610만원.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