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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페라리, 그 전설의 명차가 굉음과 함께 튀어나갔다

마라넬로=김상수
입력 2011-11-23 03:00:00업데이트 2023-05-10 21:23:04
페라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야심작 458스파이더. 한국기자로는 처음 시승한 최고 시속 320km의 슈퍼카 458스파이더는 유려한 곡선의 차체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페라리 제공페라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야심작 458스파이더. 한국기자로는 처음 시승한 최고 시속 320km의 슈퍼카 458스파이더는 유려한 곡선의 차체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페라리 제공

“미국에서 빌리기만 해도 하루에 2500달러(약 285만 원)나 되는 차를 타보다니 부럽네요.”

페라리를 타러 간다고 하자 미국에 있는 지인이 페이스북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 세계 어디서나 ‘페라리’라는 이름 석자는 부(富)와 명예의 상징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10월까지 등록된 페라리는 258대에 불과하다. 누구나 소유를 꿈꾸는 차다.

그런 페라리를 만나러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더구나 올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458스파이더라니….

○458스파이더를 만나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공항에 도착해 자동차로 서쪽으로 한 시간가량 더 가니 인구 1만5000여 명의 소도시 마라넬로가 나왔다. 바로 페라리의 고향이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자동차 레이서로 유명했던 엔초 페라리에 의해 1947년 마라넬로에서 탄생했다.

마라넬로에서는 카페나 레스토랑 등 어딜 가든 노란색 바탕에 검은 말이 그려진 페라리 로고가 눈에 띄었다. 페라리 공장과 관광객이 이 소도시의 경제를 떠받치는 힘이다. 458스파이더 시승일인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오전 9시. 페라리 본사 앞의 작은 호텔 마라넬로 팰리스에서 아침을 먹고 나와보니 화창한 가을 날씨 아래에 미끈한 빨간색 페라리 458스파이더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기자로는 첫 시승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페라리 엔지니어가 다가와 차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주행모드 선택 스위치 ‘마네티노(Manettino)’는 차체 제어, F1 트랙 컨트롤 시스템, F1 기어박스, SCM 서스펜션을 통합해 제어하는 기능을 하며 WET, 스포츠, 레이스, CT-OFF, CST-OFF의 다섯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WET 모드는 노면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균형을 잡아준다. 스포츠 모드는 평소 운전시의 노멀(Normal) 상태를 말하고 레이스 모드에서는 급가속과 제동, 급회전 등 트랙주행이나 일반 주행에서보다 스포티한 주행 시, 최적의 차량 상태를 제공한다. CT-OFF와 CST-OFF 모드는 단계적으로 차량의 전자적 제어를 최소화해 운전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하며 숙련된 운전자가 본인의 의지대로 차량을 컨트롤할 때 사용되는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로 조정할 수 있는 마네티노 시스템은 원래 1996년 F1 머신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스티어링 휠 바로 앞에는 패들 시프트가 달려 있어 수동으로 변속을 해가며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운전석의 오른쪽 아래를 보니 세 개의 스타트 버튼이 보였다. R는 후진, AUTO는 자동기어인데 LAUNCH는 뭘까. LAUNCH는 마네티노 스위치를 레이스 모드 또는 그 이상에 놓은 뒤 1단을 넣고 브레이크를 왼발로 밟고 액셀러레이터를 3000rpm 이상 밟은 상태에서 출발한다. 순식간에 굉음과 함께 차가 고속으로 튕겨나가기 때문에 스포츠카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스펙

페라리의 하드톱이 접히는 장면. 하드톱이 차체 안으로 들어가기 까지는 1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페라리의 하드톱이 접히는 장면. 하드톱이 차체 안으로 들어가기 까지는 1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차에는 왜 458스파이더(Spider)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45는 배기량 4500cc, 8은 8기통 엔진(V8)을 뜻한다. 스파이더는 차체가 낮은 좌석 2개짜리 컨버터블을 말한다. 미국의 컨버터블을 유럽에서는 스파이더라고 부른다.

최고출력 570마력에 최대토크는 55kg·m,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4초 미만. 차체가 알루미늄 보디로 만들어져 무게는 1430kg에 불과하다. 앞뒤 무게 배분은 42 대 58이고 운전석 뒤쪽에 엔진이 있는 미드-리어(Mid-Rear) 엔진 스포츠카로는 최초로 하드톱이 차체 내로 완벽하게 접어지는 페라리의 특허기술이 적용됐다. 하드톱이 접히고 컨버터블로 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14초. 새로운 하드톱은 최첨단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소프트톱보다 25kg 더 가벼워졌다.

○빠름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슈퍼카

드디어 출발시간이다. 이탈리아 서북쪽 바닷가 레리치까지 갔다가 해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코스다. 고속도로와 산길, 해변도로가 적절히 조합돼 페라리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페라리 직원이 내비게이터로 지점을 찍어줬다.

“왱∼”. rpm이 5000 이상으로 올라가자 페라리 특유의 굉음 소리가 쩌렁쩌렁 도로에 울려퍼졌다. 밀라노와 로마로 이어지는 ‘A1’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우리나라의 경부 고속도로 격으로 왕복 6차로이다.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는 속도제한이 130km지만 상당수의 차들이 이 속도를 넘겨 도로를 질주했다. 단속카메라도 거의 없어 스피드를 즐기기엔 그만이다. 가볍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시속 200km를 훌쩍 넘었다. 1차로에서 질주하다 보니 BMW, 아우디, 포르셰 등 유럽의 대표차들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보였다가 사라졌다. 천하의 페라리 앞에서는 이런 차들도 자존심을 구길 수 밖에 없었다. 질주와 감속을 반복하면서 머리 뒤에 있는 페라리의 V8 엔진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 굉음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 같았다.

넓은 직선 주로가 나왔다. 욕심이 생겼다.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자 속도계는 280km까지 올라갔다. 차 중량은 가벼운 편이지만 땅에 밀착되는 안정감이 100km로 달릴 때와 다르지 않았다. 빠르고 부드러웠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시승행사는 오후 5시경 끝났다. 하루 종일 기자를 꿈의 세계로 인도한 458스파이더의 키를 다시 페라리 직원에게 넘겨주려니 뉘엿뉘엿 지는 해처럼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458스파이더는 내년 봄이면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가격은 4억 원대로 예상된다. 벌써 예약고객이 20명이라는 게 공식 수입사인 FMK 측의 설명이다.

마라넬로=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