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 모델과는 배터리 성능이 조금 다른 르노삼성차의 전기차 ‘SM3 Z.E.’를 미리 타고 서울 도심과 경기 고양시 일대 자유로를 50km가량 달렸다. Z.E.는 ‘Zero Emission’, 즉 배출가스가 없다는 의미. 이 차는 르노삼성차가 ‘플루언스 Z.E.’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초기 가속성 가솔린차보다 빨라
외형은 SM3와 거의 흡사하지만, 트렁크에 배터리를 탑재하려고 전장을 뒤로 13cm가량 늘려 휠과 테일램프 모양이 조금 다르다. 운전석에 앉아 키를 돌리자 엔진음 없이 계기판에 ‘레디(READY)’라는 녹색등이 켜졌다. 배터리가 준비됐다는 표시다. 기어를 드라이브(D) 모드로 바꾸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차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지하철이나 범퍼카가 출발하는 느낌이다.

엔진음이 없는 전기차의 소음은 일반 승용차의 평균소음(65dB)보다 5dB가량 낮은 60dB이다. 자동차 소음이 5dB 감소하면, 운전자는 평소 느끼는 소음의 절반 수준으로 작게 들린다고 한다.
#최고속도 135kn/h, 한 번 충전으로 182km 달려
이 차의 최고속도는 135km/h인데, 자유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자 100km/h까지 가볍게 속도가 붙었다. 어지간한 중형차 이상의 가속감이다. 여전히 차 내부에서는 전기모터 회전소리와 노면마찰음, 바람소리만 들릴 뿐이다. 주행 중 속도를 줄이거나 내리막길에 올라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회생제동 기능이 작동한다. 마치 엔진브레이크가 걸린 듯 속도가 급격히 줄어 이질감이 느껴졌다.

SM3 Z.E.의 전기모터 최대출력은 70kW로 내연기관 기준으로 환산하면 95마력이다. 최대토크는 23kg·m이고 한 번 충전하면 182km(도심주행모드)를 달릴 수 있어 어지간한 거리는 출퇴근이 가능하다.
#유지비는 동급 내연기관차의 8분의 1 수준
배터리 충전 방법은 3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AC 3kW 또는 7kW의 표준충전기가 설치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6~8시간 충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AC 22kW 또는 43kW의 급속충전기에 30분~1시간 연결하면 전체 배터리 용량의 90% 이상을 충전할 수 있다. 만일 시간이 급하다면 배터리를 통째로 바꿔 끼우는 퀵드롭 방식을 쓸 수 있다. 약 3분이 소요되는 이 방법은 올해 말까지 제주에 있는 렌터카나 택시에서 시범 이용될 계획이다. 배터리 잔량은 계기판에 표시되는데, 만일 차와 멀리 떨어진 경우라면 개인용 컴퓨터(PC)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실시간 배터리를 확인하고 인근 충전소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어쩌나?
SM3 Z.E.를 출시하면 국내 유일의 양산형 전기차인 기아자동차의 ‘레이 EV’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레이는 이 차와 비교할 때 최고속도는 135km/h로 같지만 최대출력은 50kW(68마력)로 20kW가량 뒤진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최고 139km)와 배터리용량(16.4kWh)도 뒤진다.

# 2000만 원대 초반? “레이 EV보다 무조건 싸게 판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사는 구매 비용이다. 르노삼성차에서 전기차 개발을 담당하는 윤동훈 팀장은 “레이 EV보다 무조건 싸게 팔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2000만 원 초반 가격에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SM3 Z.E.의 출고 가격은 6390만 원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르노삼성차는 차량 구입 보조금과 충전기 설치, 세제혜택 문제를 정부에서 해결해주고, 구매자가 배터리를 리스해 사용하면 출고 가격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