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절이 뚜렷하고 장마철까지 있는 한국에서 지붕이 열리는 오픈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 같은 도심에서는 매연에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까지 더해져 오픈카를 탈 기회는 더욱 드물 수밖에 없다. 조건이 이런데도 최근 한국 도로에서 지붕이 열리는 차를 많이 볼 수 있다.

#볼륨 강조해 역동적인 3세대 SLK
국내에서 팔리는 로드스터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의 ‘뉴 SLK 200 블루이피션시’를 만났다. SLK는 독일어로 ‘스포티(Sportich)하고 경쾌하며(Leicht) 작다(Kurz)’는 의미로, 간단하게 경량의 소형 로드스터를 지칭한다. 벤츠는 1996년 SLK 1세대를 처음 선보인 뒤 2004년 2세대를 출시했다. 이후 7년 만인 2011년 가을 3세대를 출시했고, 국내엔 올해 1월에 들여와 한 달 평균 60대를 팔고 있다. 경쟁 모델이 많아야 20대가량 파는 것과 비교하면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실내는 4분할한 원형 송풍구 4개와 스포티한 메탈, 가죽 버킷시트 등 벤츠가 만든 스포츠카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랐다. 스티어링 휠은 ‘D’자형으로 설계하고 운전자가 주로 잡는 3시와 9시 방향을 두툼하게 만들어 조작을 편리하게 했다. 시트는 태양열 반사 가죽을 씌워 장시간 지붕을 연 채 주행해도 뜨겁지 않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


신형에는 벤츠의 최신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가변식 밸브 타이밍과 터보차저의 1.8ℓ4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의 힘을 발휘한다. 3.5ℓ인 이전 모델 ‘SLK 350’보다 배기량이 절반 가까이 줄고, 최고출력도 121마력이나 감소했지만 묵직한 힘은 여전했다. 커브길에서 제어능력도 뛰어났다.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 차를 거칠게 몰아붙였으나, 방향 변경을 돕는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과 주행 및 도로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다이렉트 컨트롤 서스펜션 덕에 오차 없이 정확하게 움직였다.

#오픈카 즐기려면 최고속도 130km/h가 적당
오픈카의 지붕을 열고 주행할 때 어느 정도 속도가 적합할까. 물론 각오한다면 최고속도까지 달릴 수 있겠지만, 경험상 120km/h 내외가 아닐까 싶다. 뉴 SLK도 직접 달려보니 130km/h 이하가 적당했다. 그 이상 속도를 높이면 바람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기 힘들고 시야가 좁아지며, 소음 또한 커져 운전을 방해했다. 더 높은 속도를 즐기려면 지붕을 닫는 것이 좋다. 뉴 SLK의 지붕을 열거나 닫을 때 걸리는 시간은 20초다.


뉴 SLK는 추운 날씨에도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도록 몇 가지 장치를 추가했다. 먼저 에어스카프는 시트 목 부분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난방장치로, 마치 두툼한 스카프를 두른 듯 어깨와 목 주위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헤드레스트 뒤쪽에 부착한 에어가이드는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을 막아주는 동시에 소음도 감소시켜 쾌적한 주행을 돕는다. 공인연비는 11.8km/h로 스포츠카치고는 나쁘지 않다. 국내 판매가격은 6750만 원이다. 일반 가정에서 세컨드 차로 즐기기엔 만만치 않은 수준이지만, 국내에 수입한 전체 벤츠 모델 가운데 여덟 번째로 잘 팔린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