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인상은 BMW의 핵심 가치인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잘 표현한 모델답게 오로지 달리기 성능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좀 달릴줄 아는 스포츠카들이 그렇듯 Z4 역시 앞쪽에 엔진을 얻고 뒷바퀴로 전달된 동력을 이용해 차체를 움직이는 ‘FR(Front Engine Rear Wheel Drive)’ 방식을 따르고 있다.
전체적인 모습은 ‘롱 노즈 쇼트 데크(Long Nose Short Deck)’라는 전통적 스포츠카 양식에 따라 운전석을 뒷바퀴 바로 위쪽에 놓고 보닛을 앞쪽으로 길게 빼냈다.

일요일 오후 꽉 막힌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자유로를 따라 파주 임진각까지 왕복 120km를 달렸다. 새벽녘 내린 눈은 제설작업을 막 끝낸 도로를 제외하고 그대로 남아있지만, Z4는 당당한 존재감을 뽐내며 도로를 질주했다.
시승차는 sDrive 35is 모델로 BMW Z4 중 최상위급이다. 2979cc 트윈터보 기술이 적용된 고정밀 직분사 직렬 6기통 가솔린엔진을 장착하고 340마력의 최고출력과 45.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8초에 도달할 만큼 순발력에 있어서 부끄러움이 없다.

후륜구동 방식, 50대 50의 전후 무게 배분, 앞뒤 차축 알루미늄 경량 서스펜션 구조, 고강성 경량 섀시 등은 최고의 주행성능을 위해 Z4에 탑재된 ‘과학’이다.
특히 시승차인 sDrive 35is는 M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해 차체가 일반 모델보다 10mm 낮게 설정됐다. 덕분에 낮은 무게 중심과 줄어든 공기 저항 등으로 더욱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국내 판매중인 sDrive 35i와 sDrive 35is에는 다이내믹댐퍼컨트롤(Dynamic Damper Control)을 적용해 도로 상황과 드라이빙 컨트롤에 따라서 서스펜션의 강도를 전자식으로 조절한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은 첨단기능이 달리는 즐거움을 더해줘 운전자는 스트레스 없이 오롯이 달리기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불과 10미터 정도만 오르면 보다 좋은 배경에서 촬영할 수 있겠다는 욕심과 그동안 달려왔던 길에서 보여줬던 Z4의 완벽한 핸들링, 안정성 등은 위험한 모험을 부추겼다.
‘설마’하는 생각과 함께 일단 조금씩 전진했다. 처음 2~3미터는 문제없이 앞으로 잘 나가더니 조금 더 경사가 심해지자 뒷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차체가 구동력을 잃자 곧바로 스티어링 휠의 조작이 무의미해졌다.

자칫 어설픈 도전은 9000만 원이 넘는 고급차를 절벽으로 떨어뜨려 ‘쥐포’로 만들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그 어떤 실험적 모험도 하지 못했다.
차에서 조심스럽게 내려 주변 가게에서 스프레이 체인을 구입했다. 타이어에 뿌리고 바닥이 보일 정도로 땅을 파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차는 움직이질 않았다. 결국 주변을 지나던 5명의 청년들이 차를 힘으로 밀어 탈출시키는 지극히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린 된 후에야 식은땀과 함께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겨울용타이어도 장착하지 않은 채 단 몇 미터라도 눈길을 가고자했던 오만함에서 시작된 소중한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운전은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속에 되새겼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