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요식행위로 진행되던 최근의 미디어 시승회 추세에 정신과 육체가 지쳐갈 때 즈음 반나절 동안 330km를 달린 뒤 다음날 추가로 개별 시승까지 제공하는 제대로 된 시승의 기회가 주어졌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영국 출신의 프리미엄 브랜드 재규어의 신차 ‘올 뉴 XF(All New XF)’이다.
지난 1일 전남 여수를 출발해 경남 함양과 하동을 거쳐 다시 여수로 돌아오는 총 330km의 거리를 약 5시간 동안 달렸다. 시승코스는 고속도로와 국도, 산길이 포함돼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재규어 신차의 성능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외관은 1세대 모델과 비교해 전·후면부 디자인 변경이 주로 이뤄져 보다 날렵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전면부는 새롭게 디자인된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방향 지시등 기능이 추가된 시그니처 J 블레이드 주간주행등은 브랜드 역사성을 반영했던 둥근 모습의 이전 모델과 비교해 보다 얇고 길어져 날렵함과 함께 상위 라인업 XJ를 떠올리게 한다.
직각으로 꺾인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시작된 프론트 엔드는 볼륨감을 강조한 후드를 지나 길어진 휠베이스, 날렵한 차체 라인 등으로 이어지며 부드럽지만 강렬한 스타일의 조화를 이뤘다. 후면부는 스포츠카 F타입(F-TYPE)을 연상시키는 후미등과 가로 배치된 크롬 라인으로 간결하지만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뒷좌석의 경우 이전모델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차급에 비해 비좁은 레그룸이 24mm 늘어나고 헤드룸이 27mm가 늘어나 한결 여유롭다. 또한 필요에 따라 40:20:40으로 폴딩이 가능해 부피가 큰 물건을 싣기에도 편리하다.
XF의 실내 마감은 고급 브랜드답게 최고급 품질의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와 시동과 함께 개폐되는 로테이팅 에어 벤트를 특징으로 대시 보드를 가로지르는 강렬한 마감의 알루미늄 피니셔, 은은한 형광 블루 컬러의 조명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승은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25t 프레스티지를 시작으로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탑재한 20d 포트폴리오를 차례로 경험해 봤다. 먼저 2세대 XF의 가장 큰 특징은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 구조와 리벳 본딩 기술의 사용으로 차체 중량이 기존 대비 약 190kg 가벼워지고 강성은 28% 강화된 부분이다. 이를 통해 50:50에 근접한 차량 무게 배분으로 안정성은 높아지고 역대 재규어 중 가장 낮은 Cd 0.26의 공기저항계수를 이루며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2세대 XF의 장점은 국도의 커브길 주행에서 드러났다. 전트림 기본 장착된 토크 벡터링은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체를 부드럽게 이끌고 좀처럼 속력을 줄이지 않고 진입하는 커브길에서 불안함을 느낄 수 없는 안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가솔린에 이어 디젤엔진을 탑재한 20d 포트폴리오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정지 상태에서나 일부 저속구간에서 차체로 전달되는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경쟁모델 중 가장 부드러운 느낌이다. 새롭게 재규어를 대표하는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효율 뿐 아니라 부족함 없는 힘과 NVH 성능까지도 만족스럽다.

예전 재규어 엔트리 모델로 위치하던 1세대 XF에 비해 신차는 스포티함은 조금 덜 강조되고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재규어 브랜드 특유의 결코 가볍지 않은 품위와 역동성은 숨길 수 없는 매력이다.

디젤엔진의 20d 포트폴리오는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폭발적 힘을 발휘하고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뤄 복합연비 14.2km/ℓ를 발휘한다. 안전최고속도는 229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8.1초가 소요된다. 가격은 7180만 원이다.
여수=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