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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가격경쟁 불지핀 테슬라, 순익 24% ‘뚝’

한재희 기자
입력 2023-04-21 03:00:00업데이트 2023-05-08 17:45:29
미국 테슬라의 1분기(1∼3월)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선두 테슬라의 잇따른 가격 인하는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들의 저가 전기차 출시를 앞당기고 있다. 차량 가격을 좌우하는 배터리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기차 생태계 전체가 꿈틀대고 있다.

● 더 많이 팔고도 덜 남긴 테슬라
테슬라는 19일(현지 시간)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233억2900만 달러(약 31조42억 원), 25억1300만 달러(약 3조34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24.4%가 늘었는데, 순이익은 반대로 24.3% 감소했다. 더 많이 팔고도 덜 남긴 셈이다.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었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도 19.3%로 시장 예상치(22.4%)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1분기 매출총이익률은 29.1%였다. 이 같은 실적이 발표되자 테슬라 주가는 정규장에서 전날보다 2.0% 떨어졌고, 시간외거래에서도 6.1% 하락해 169.65달러가 됐다.

테슬라의 수익성이 급감한 것은 차량 가격을 잇달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올해만 6번 가격을 인하했다. 실적 발표 하루 전에도 모델Y는 3000달러, 모델3는 2000달러 각각 인하했다. 이에 따라 모델3는 가장 저렴한 트림을 기준으로 3만9900달러, 모델Y는 4만6990달러까지 가격이 낮아졌다. 연초와 비교하면 모델Y는 20%, 모델3는 11% 저렴해졌다.

테슬라의 정책 변화는 경쟁사들의 도전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소품종 대량생산 전략을 앞세워 높은 수익률을 거뒀던 테슬라가 이제 이익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현재의 높은 점유율을 수성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일제히 깎기 시작한 것도 가격 인하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이 있다.

● 산업 전체에 ‘가격’ 이슈 급부상
‘테슬라발 가격 경쟁’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형 모델의 출시를 예고하며 응수에 나섰다. GM은 3분기(7∼9월)에 3만 달러대 전기차인 ‘이쿼녹스EV’의 출시를 예고했다. 르노와 폭스바겐은 2만5000유로(약 3600만 원)로 예상되는 ‘르노5EV’와 ‘ID.2all’을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해 2000만∼3000만 원대(예상) 경형 전기차인 캐스퍼EV(가칭)를, 기아는 3000만 원대(예상) 소형 전기차인 EV3(가칭)를 각각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배터리 가격 인하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중국 업체들이 주로 만들어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효율이 낮은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해 배터리 효율이 올라감에 따라 중국 이외 업체들도 LFP를 찾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트럭 ‘세미라이트’와 보급형 전기승용차인 ‘모델2’(가칭)에 LFP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포드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손잡고 미국 미시간주에 건립하는 공장에서도 LFP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시내 주행용인 보급형 전기차에는 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추세가 있다”며 “국내 배터리 3사도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