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 패권’ 전쟁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산업 ‘No.1’ 국가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자국 기업 성장에 ‘다 걸기’ 해온 중국도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 금지 검토 같은 맞대응책을 내놓았다.
2일 KOTRA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도입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2년 동안 지급한 보조금 총액은 1600억 위안(약 30조9000억 원)에 이른다. 중국 현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마지막으로 지급된 지난해 말까지 약 2000억 위안(약 38조6000억 원)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보조금을 폐지했다.
14년간 지급된 보조금은 비야디, 둥펑 등 현지 업체들의 고속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을 만들어 전기차 소비가 배터리와 자동차 산업의 동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1월 “신에너지자동차 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전체 신차 중 전기차 비중(침투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라고 발표한 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이를 달성했다.
중국의 독주가 예상되자 미국은 강력한 정책을 통해 ‘기세 꺾기’에 나섰다. 미 IRA는 전기차 부품, 배터리, 완성차의 역내 생산을 유도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소외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는 업계 분석이 많다. 미국은 최근 △북미 최종 조립 △북미 제조 배터리 부품 50% 사용 △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 시 최대 7500달러(약 975만 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실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산 광물 사용을 줄여 나가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희토류 등 광물이나 활용기술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애국 소비’ 트렌드는 무시할 수 없는 무기가 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한 임원은 “전기차로의 ‘전환의 시대’라고만 생각했는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인들이 싸우면서 ‘격변의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전기차 시장은 미국 테슬라를 제외하면 외국 완성차 업체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2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전기차 판매량은 약 90만 대이며,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이 중 전기차 판매 상위 브랜드 10개 중 8개가 현지 업체였다. 50만9000대를 팔아 1위를 차지한 비야디(BYD), 8만 대를 팔며 3위에 오른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 등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4위 우링(五菱)은 GM과의 합작사이기는 하지만, GM 기술이 아닌 자체 개발한 전기 경차 ‘훙광 미니 EV’가 인기에 힘입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경우다.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테슬라(2위, 13만7000대), BMW(10위, 2만1000대) 정도가 명함을 내밀었다.
중국 전기차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의 과제인 전기차 가격 파괴 경쟁에서도 앞서 있다. 1분기 현지 판매 1위 차량인 BYD 송 플러스의 최고 가격은 약 22만 위안(약 4200만 원) 수준이며, 훙광 미니 EV는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 독일 폭스바겐의 저가형 전기차 ID.2의 양산 시점은 2025년이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보급형 전기차도 빨라야 내년에나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내연기관 시대에는 실패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내수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2일 KOTRA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도입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2년 동안 지급한 보조금 총액은 1600억 위안(약 30조9000억 원)에 이른다. 중국 현지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마지막으로 지급된 지난해 말까지 약 2000억 위안(약 38조6000억 원)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보조금을 폐지했다.
14년간 지급된 보조금은 비야디, 둥펑 등 현지 업체들의 고속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을 만들어 전기차 소비가 배터리와 자동차 산업의 동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1월 “신에너지자동차 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전체 신차 중 전기차 비중(침투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라고 발표한 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이를 달성했다.
중국의 독주가 예상되자 미국은 강력한 정책을 통해 ‘기세 꺾기’에 나섰다. 미 IRA는 전기차 부품, 배터리, 완성차의 역내 생산을 유도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소외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는 업계 분석이 많다. 미국은 최근 △북미 최종 조립 △북미 제조 배터리 부품 50% 사용 △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사용 시 최대 7500달러(약 975만 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실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산 광물 사용을 줄여 나가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희토류 등 광물이나 활용기술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애국 소비’ 트렌드는 무시할 수 없는 무기가 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한 임원은 “전기차로의 ‘전환의 시대’라고만 생각했는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인들이 싸우면서 ‘격변의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中은 해외 전기차 무덤… 톱10중 8개가 중국車
가격파괴-애국소비 트렌드 무기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맥 못춰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맥 못춰
중국 현지 전기차 시장은 미국 테슬라를 제외하면 외국 완성차 업체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2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전기차 판매량은 약 90만 대이며,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이 중 전기차 판매 상위 브랜드 10개 중 8개가 현지 업체였다. 50만9000대를 팔아 1위를 차지한 비야디(BYD), 8만 대를 팔며 3위에 오른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 등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4위 우링(五菱)은 GM과의 합작사이기는 하지만, GM 기술이 아닌 자체 개발한 전기 경차 ‘훙광 미니 EV’가 인기에 힘입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경우다.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테슬라(2위, 13만7000대), BMW(10위, 2만1000대) 정도가 명함을 내밀었다.
중국 전기차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의 과제인 전기차 가격 파괴 경쟁에서도 앞서 있다. 1분기 현지 판매 1위 차량인 BYD 송 플러스의 최고 가격은 약 22만 위안(약 4200만 원) 수준이며, 훙광 미니 EV는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 독일 폭스바겐의 저가형 전기차 ID.2의 양산 시점은 2025년이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보급형 전기차도 빨라야 내년에나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자동차 굴기가 내연기관 시대에는 실패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내수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