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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고민 없는 수입 전기차, 폭스바겐 ID.4

ev라운지
입력 2022-10-27 18:24:00업데이트 2023-05-09 18:12:02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한 폭스바겐 전기차, ID.4를 만나보고 왔습니다. 요즘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기본트림 특정 가격대 이하 기준을 만족해야만 보조금을 100%에 가깝게 받을 수 있는데, 기본 시작가격이 높은 수입 전기차들은 보조금을 대부분 50% 또는 아예 못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폭스바겐이 가져오는 ID.4는 5,500만원 기준에 딱 10만원 모자란, 5,490만원을 만족하여 보조금을 거의 100%(전비효율 기준상 약간의 마이너스 발생) 받는 수입 전기차가 되었습니다. 보조금이 크다보니 아무래도 더 솔깃하게 될 수밖에 없는 ID.4를 야외 전시행사에서 살펴봤습니다.



전기차 전용모델로 설계되어 앞부분은 그릴 없이 깔끔하고 와이드해보이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개등이 빠진 채 조금 허전하게 덮혀져 있는 헤드램프 하단 플라스틱 커버가 조금 아쉬워 보입니다. 도어캐치는 바깥으로 돌출되지 않는데, 손을 틈 안으로 밀어넣어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전자식 팝업형 도어캐치를 쓰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 전기차들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구현하면서, 평범한 돌출형 도어캐치 차종들보다 깔끔한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오히려 같은 플랫폼을 쓰는 아우디 Q4 E-트론도 평범한 돌출형 도어캐치를 쓰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죠.



ID.4는 전체적으로 2박스 SUV들과 비슷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지상고가 낮다보니 차가 뚱뚱해보이기 쉽습니다. 때문에 윈도 윗쪽 및 바디패널 하단 쪽에 검정색 장식으로 바디가 마치 어느 정도 떠 있어보이게끔 플로팅 디자인을 가미했습니다. 다만 이번 전시차는 완전 검정색이다보니 이러한 디자인적인 노력이 완벽하게 가려지게 되는군요. ID.4를 사려면 검정색이 아닌, 검정색에 대비될 수 있는 다른 밝은 컬러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입체적으로 배열된 3D LED 테일램프의 디테일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폭스바겐 로고와 ID.4 엠블럼 또한 흰색으로 적용해, 전기차로써의 깔끔한 성격을 표현했습니다.



실내는 아주 심플하고 미니멀합니다. 가속페달 및 브레이크페달은 마치 오디오 조작버튼처럼 각각 재생, 일시정지 로고를 적용하였습니다. 계기반은 손바닥보다 훨씬 작은 5.3인치 스크린으로 만들었고, 그 옆에 돌리는 방식으로 기어레버를 적용했습니다. 12인치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시원한 화면 크기에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지만, 내비게이션이 미적용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USB 케이블로 개인 스마트폰을 연결하여 애플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실행해야만 내비게이션을 화면에 띄울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빼서 5,490만원을 맞출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작은 아쉬움이라면 너무나 많은 것을 미니멀하게 구성하려다보니 파워 윈도 스위치마저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점. 보통 운전석측에서 앞/뒷유리 각 좌/우측을 모두 여닫을 수 있게끔 4개의 윈도우 스위치가 붙어 있지만, 이 차는 두개의 윈도우 스위치만 구성한 채, REAR라고 되어 있는 버튼을 눌러야만 뒤쪽 유리를 여닫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혼자서 차를 타는 사람들도 많은 시대고, 뒷좌석에도 독립적인 윈도 스위치가 붙어 있긴 합니다만, 보기에 허전하고 아쉬워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엔진이 없는 차인데 엔진 스타트/스톱 버튼이 상당히 이상한 위치에 붙어 있는 것도 의문스러운 부분입니다. 다만 실제 이 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저 버튼을 굳이 건들 필요는 없고,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차에 앉아 브레이크페달을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테슬라와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매우 넓고 여유로워서 좋았던 뒷좌석. 밑바닥이 완전히 평평하여 가운데 자리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고, 선루프 개방 기능 없이 넓은 면적의 통유리 글라스 루프를 적용하여 머리 공간도 여유롭습니다. 테슬라 차들도 글라스 루프이긴 합니다만 유리를 가리는 커버가 없어서 여름에 너무 뜨거웠었는데, 이 차는 전동식으로 펴고 닫을 수 있는 선셰이드가 적용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휠베이스가 티구안보다 약 100mm가량 더 길다보니 무릎공간도 아주 괜찮았고, 뒷좌석 전용 공조 컨트롤러도 붙어 있습니다.



넓다란 트렁크도 이 차의 또다른 장점입니다. 트렁크 매트를 들어올리면 추가적인 보조수납공간이 나오는데, 완속 충전 케이블을 말아넣고 다니기에도 충분한 공간이었습니다. 다만 소위 “프렁크(Frunk)”라고 하는, 앞부분의 트렁크는 구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트림 종류도 단 한가지에, 실내 시트도 블랙&브라운 시트 조합 단 하나, 추가 선택 가능한 옵션도 없습니다. 결정장애 없이 그냥 외장 컬러만 선택하면 되게끔 구성한 ID.4입니다. 외형에서 볼 때는 비주얼적인 요소가 크게 떨어지지 않게끔 화려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실내에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보니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통풍시트, 순정 내비게이션 등의 편의옵션이 없는데다가, 내 차의 충전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커넥티비티 기능이 빠진 것은 전기차로써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터치 버튼 위주로 미니멀하게 구성된 조작계통 또한 아직까지는 조금 낯설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파워트레인은 150kW(204마력) 후륜구동 단일트림인데, 2.1톤이 넘는 중량을 생각하면 가속 성능도 썩 기대되지 않는 한편, 배터리도 82kWh짜리인데도 국내 인증 복합 주행거리가 아이오닉6(425km, RWD 20인치), EV6(434km, RWD 20인치)보다 짧은 405km에 그치고요. 쭉 살펴보니 5,490만원이라는 가격은 결국 싱글모터 후륜구동 구성으로 선택지를 제한하고, 이것저것 국내 선호 편의옵션들을 상당수 포기해버렸기에 가능한 가격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들이 자랑하는 800V 초급속 충전, V2L 기능 등 여러 첨단 기능 또한 이 차에선 전혀 기대할 수 없고요. 다만 보조금을 거의 100%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선택지를 늘려주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의가 있는 차종일 것 같습니다.

EV라운지 파트너 아방가르드(evloun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