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포르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수억 원을 지불하고도 1년을 넘게 기다려야 고귀한 자태를 볼 수 있는 이탈리아 태생의 슈퍼카들에 관한 것은 더욱 아니다.
스포츠 세단만을 고집스럽게 만들어 왔으며 향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역사 속에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브랜드가 최근 내놓은 2인승 스포츠카에 관한 이야기다.

F타입 쿠페는 역대 양산형 재규어 모델 중 가장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재규어의 전설적 스포츠카 E타입의 혈통을 이어받은 모델이다. 이 모델의 추가로 재규어는 XK에 이어 스포츠카 라인업을 더욱 확대했다.
지난해 8월 2인승 컨버터블 F타입을 국내 첫 출시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거의 1년 만에 이 모델의 쿠페 버전 F타입 쿠페를 내놨다. 이 차는 지난해 11월 LA오토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됐으며 국내에는 지난 5월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각 모델의 성능은 최상위 R쿠페의 경우 5.0리터 V8 수퍼차저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에 불과할 정도로 슈퍼카 버금가는 폭발적 가속력을 지녔다.
쿠페와 S쿠페에 탑재된 3.0리터 V6 수퍼차저 엔진은 각 모델별로 최고출력은 340마력과 380마력을, 최대토크는 45.9kg.m과 46.9kg.m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은 5.3초와 4.9초다.
경쟁모델로 지목될 포르쉐 911과 비교해선 카레라가 350마력, 카레라S가 40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각각 39.8kg.m, 44.9kg.m을 발휘해 배기량이 더 작은 F타입 쿠페가 출력에선 부족하지만 토크에선 앞서는 모습이다. 또한 F타입 쿠페가 보다 다양한 라인업으로 선택기준을 넓혔다는 부분과 가격에서 앞선다.

F타입 쿠페의 키를 한손에 쥐고 있으니 무한한 상상력에 빠져든다. 일단은 녀석의 성능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승 동선을 짜는데 머리를 굴렸다. 시간은 모두가 잠든 새벽을 선택했다. 언제나 교통체증으로 붐비는 도심에서 스포츠카의 진정한 맛을 즐기는 데는 그 방법뿐이다. 한적한 도로에서 과속과 난폭운전을 하겠다는 결심보다는 가속감과 여유로운 주행을 통해 차량의 특성을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
새벽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고요했다. 붉은색 F타입 쿠페에 올라 센터페시아 부근 황금색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엄청난 배기음이 적막감을 깨뜨렸다. 창문을 모두 닫고 있었음에도 소리의 파장이 가슴까지 느껴질 정도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며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차량의 성능과 맞먹는 스티어링 휠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심야의 도심은 어디를 가더라도 고요하다. 3.0리터 6기통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속성은 1730kg의 차체를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8단 퀵시프트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손실 없이 즉각적으로 바퀴에 전달한다.

코너에서 차체는 도로에 밀착이라도 된 듯 역동적이지만 안정적이 주행이 가능했다.

재규어 F타입 쿠페의 가격은 쿠페 9840만 원, S쿠페 1억1440만 원, R 쿠페 1억715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