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롤스로이스는 19일 브랜드 첫 전기차 ‘스펙터’의 고성능 버전인 ‘블랙배지 스펙터(Black Badge Spectr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로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자아로 불리는 블랙배지 라인업을 전기차로 확장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올해 국내 판매도 이뤄질 예정이다.
성능의 경우 최고출력 659마력, 최대토크 109.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출력은 스펙터 일반모델(585마력)보다 60마력가량 향상됐다. 강력한 성능 수치지만 ‘최고’만을 추구하는 롤스로이스 명성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다. 전기차는 아니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800마력대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 메르세데스-AMG S63 E 퍼포먼스를 내놨고 BMW도 750마력대 하이브리드 SUV XM 레이블레드(한정판)을 선보였기 때문에 다소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BMW 플래그십 전기차 최고트림인 i7 M70 xDrive와 최고출력이 비슷하고 최대토크는 조금 높다. 블랙배지 스펙터와 BMW i7 M70이 전기모터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가장 먼저 성능을 강조했지만 사실 블랙배지는 최고급 소재로 차별화한 실내·외 디테일과 블랙배지 전용 엔지니어링을 주목해야 한다. 극소수 고객 요구를 세심하게 반영하는 광범위한 비스포크 사양도 블랙배지 스펙터만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강조하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주행감각도 차별화했다고 한다. 롤스로이스 고객의 수십만km 주행데이터를 익명으로 수집해 실제 고객들의 주행패턴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했고 이렇게 도출된 결과를 엔지니어링에 반영했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고객들은 주로 짧은 순간에 최대출력을 자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주행스타일에 맞춘 엔지니어링이 세심하게 적용됐다고 롤스로이스는 설명했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베른하르트 드레슬러(Dr. Bernhard Dressler) 롤스로이스 엔지니어링 디렉터(박사)는 “블랙배지 스펙터는 특유의 타협없는 성능과 주행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기술과 고객 피드백, 실제 고객의 주행 스타일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정교한 세팅이 이뤄졌다”며 “일부 고객을 위해 극비리에 소량의 블랙배지 스펙터를 제작해 실제로 차를 경험하도록 했고 실제로 고객들이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블랙배지 스펙터의 강력한 성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2가지 전용 주행모드와 블랙배지 섀시 엔지니어링을 꼽을 수 있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블랙배지 스펙터에는 롤스로이스 멀린 항공기 엔진에서 영감을 얻은 특별한 주행모드가 적용됐다. 롤스로이스 상징인 인피니티 심볼에 대한 찬사를 담은 인피니티모드(Infinity Mode)는 스티어링 휠에 있는 전용 버튼을 눌러 활성화할 수 있다. 즉각적인 페달 반응을 경험하면서 659마력의 출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스피리티드모드(Spirited Mode)는 즉각적인 가속감에 초점을 맞춘 주행모드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아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햅틱과 시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이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순간적으로 토크가 최대로 올라간다. 론치컨트롤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스피리티드모드를 활성화한 블랙배지 스펙터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3초 만에 도달한다.
성능 향상에 맞춰 섀시 튜닝도 이뤄졌다. 스티어링 휠 조향감각을 조금 더 묵직하게 만들고 롤 안정화 기능을 조정해 보다 직관적인 움직임을 구현했다고 한다. 또한 댐퍼를 튜닝해 가속이나 감속 시 앞이나 뒤로 쏠림을 억제했고 코너링 시 롤링도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더욱 몰입감 있는 주행 경험을 제공하면서 브랜드 특유의 매끄러운 조작감과 매직카펫라이드 승차감이 조화를 이룬다고 롤스로이스는 강조했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롤스로이스는 블랙배지 스펙터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외장 컬러인 ‘베이퍼 바이올렛(Vapour Violet)’을 처음 선보였다. 진한 검은색과 보라색이 조화를 이루는 이 색상은 1980년대와 1990년대 클럽 문화의 네온 컬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대비되는 ‘아이스드 블랙(Iced Black)’ 컬러를 보닛에 적용해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신규 컬러와 함께 4만4000가지 비스포크 컬러 팔레트도 제공된다. 고객은 취향에 맞춰 색상을 조합하거나 비스포크 디자이너와 상의해 자신만의 독점적인 컬러를 스펙터에 적용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새로운 외장 디자인 옵션으로 차 하단부를 강조하는 ‘와프트(waft)’ 코치라인도 추가했다. 블랙배지 스펙터의 위엄 있는 실루엣과 넉넉한 비율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옵션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부분 광택이나 올 블랙으로 마감된 23인치 5-스포크 단조 알루미늄 휠도 새롭게 공개했다. 블랙배지 특유의 검정 미러 광택 마감은 판테온 그릴과 환희의 여신상, 더블 R 배지, 도어 핸들, 측면 창 프레임, 범퍼 액센트 등에 더해졌다.
일루미네이티드 판테온 그릴은 ‘일루미네이티드 그릴 백플레이트’로 변화를 줬다. 테일러드 퍼플과 찰스 블루, 샤르트뢰즈, 포지 옐로우 등의 색상을 제공하고 외장 컬러나 코치라인, 실내 분위기에 맞춰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차 외부 화려한 조명은 새롭게 개발된 일루미네이티드 블랙배지 트레드플레이트를 통해 실내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트레드플레이트는 총 10가지 보색을 제공한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실내 분위기도 한층 강렬해졌다. 환희의 여신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일루미네이티드 페시아에는 블랙배지를 상징하는 인피니티 심볼을 더했다. 실내 전면 일루미네이티드 페시아에는 피아노 블랙 컬러 배경에 5500개 별이 다양한 크기와 밝기로 수놓아져 화려하면서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탑승자는 ‘스피릿(SPIRIT)’ 운영 체제를 이용해 총 5가지 컬러 테마를 계기반에 적용할 수도 있다.
크리스 브라운리지(Chris Brownridge) 롤스로이스 CEO는 “블랙배지 스펙터는 롤스로이스가 선보인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존재감과 목표의식을 지닌 모델로 볼 수 있다”며 “블랙배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데이터 분석과 정성적 피드백을 바탕으로 타협 없는 성능을 완성했고 디자이너와 장인들은 정교한 디테일과 현대 공예를 기반으로 블랙배지 특유의 개성과 고급스러움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