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0시 무렵 강원 원주시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 인근에서 주행 중이던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진화하고 있다. 원주소방서 제공
신차에서 동일한 고장이 반복되면 교환 및 환불할 수 있는 이른바 ‘레몬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과 관련, 자동차 전문가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BMW 차량 화재 사건의 경우 레몬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7월 31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화재라는 것은 입증이, 확인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레몬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레몬법’에 따르면, 신차 구입 후 1년 안에 중대한 하자가 2번, 일반 하자가 3번 발생해 수리를 했음에도 다시 하자가 발생하면 교환 및 환불을 신청할 수 있다. 중대한 하자는 엔진과 변속기 등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교환 및 환불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결정된다. 기존에는 새 차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소비자원의 중재나 민사소송 등을 거쳐야 교환 및 환불이 가능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화재는 온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원인이 없어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같은 데서 원인 불명이 많은 게 자동차 전소다. 한 번에 그냥 타 버리고 원인도 파악이 어렵다”며 “사실 레몬법 자체가 수리 관련 이력에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화재가 생기게 되더라도 화재 원인이 뭔지 파악을 하는 게 문제다. 또 이 원인에 대한 것들도 실제로 자동차의 결함이라면 제조물 책임법이라든지 적용되는 법이 다를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냉정하게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몬법 자체에 대해서도 “작년에 (레몬법)입법에 대한 부분이 나왔을 때 부정적으로 봤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도 교환·환불에 대한 관련 법들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재작년인가, 256건인가 교환 환불 신청을 했는데 3건인가 4건만 됐다. 3~4건에 포함된 게 뭐냐면 일상 사회적으로 이슈화 됐던 그런 사건들이다. (자동차)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것 빼 놓고는 교환·환불이 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법에는 중대 하자, 일반 하자 나와 있는데 일반 하자의 기준이 어디 있는가?”라며 “예를 들어서 엔진이 시동이 꺼진다고 하면 메이커에서는 단순한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운전자 입장에서는 고속도로 1차선에서 시속 100km 달리 때 시동 꺼지면 죽다 살아나는 거다. 하자의 기준이 많이 다르다는 건데 판별 위원회 구성을 해도 위원회가 신이 아닌 이상 실제로 이런 문제가 부지기수로 많이 올라온다”고 했다. 하자의 원인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자동차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1000만 개의 부품이라는 것 자체, 그리고 일반 하자, 중대 하자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데 이걸 누가 책임 질 것인가”라면서 자동차 회사에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레몬법의 실효성이 별로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에서는) 인정을 절대로 안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금 미국형 레몬법을 한국으로 벤치마킹한 거다. 미국의 레몬법이 적용이 되고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액션 플랜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우리나라는 법은 그럴 듯하게 했지만 기본조건이 조성이 안 되어 있다. 징벌적 보상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징벌적 보상제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수백 억, 수천 억, 1조 이상도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메이커가 망한다. 그러기 때문에 책임을 다해서 한다는 게 첫 번째 조항”이라며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자가 자동자의 결함을 밝혀야 된다. 그래서 급발진 문제도 100% 패소하는 이유인데, 미국은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차량의 결함이 없다는 것을 메이커가 밝혀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미국에서는)사건이 생기면 공공기관이 움직여서 소비자 중심으로 조사에 들어가니까 메이커 입장에서는 엎드려서 열심히 안 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때문에 레몬법이 적용이 돼서 실제로 효과가 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기본 조건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