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 47분경 강원 원주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104km 지점에서 BMW 520d 승용차가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다. BMW 승용차가 주행 중 불이 난 것은 올 들어 30번째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몇 대 불났다고 BMW 안 타나요? 어제도 520d 차량 팔았어요.”1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고자동차 시장.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BMW 520d 차량이 요즘도 팔리느냐’고 묻자 중고차 딜러 A 씨가 한 말이다. 소비자들이 BMW 차량 화재 가능성을 걱정하면서도 인기는 여전하다고 한다. 그는 “520d는 젊은층이 ‘보여주기’용으로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라며 “우리 매장에서 520d가 한 달에 평균 8대 정도 팔렸는데 최근에도 한 달 동안 7, 8대 팔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중고자동차 시장에서 만난 딜러 B 씨도 연이은 화재가 판매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520d는 10대가량 매물이 나와 있는데 요즘 판매량이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차량에서 불이 나고 있는데도 BMW 차량이 여전히 잘 팔리는 데에는 중고차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싼 가격에 BMW를 타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동대문에서 일하는 딜러 C 씨는 “화재가 많이 발생한 520d 모델은 중고차 가격이 100만 원 정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혹시 BMW 중고차 가격이 많이 떨어졌느냐’는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고 한다.
BMW 애호가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굳건하다. 리콜 대상인 BMW 5GT 차량을 타고 다니는 D 씨(40)는 화재 위험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설마 내 차에서 불이 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해도 BMW를 포기할 의사는 없다. 그는 “앞으로 차를 교체해도 BMW를 계속 탈 것”이라며 “불이 나서 새 차로 바꿔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외제차를 선호하는 세태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아우디 A3 차량 3000대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A3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우디코리아 측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매장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우디 매장 관계자는 “하루 수천 통의 전화를 받는 것 같다. 부모가 자식에게 차를 사주려고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외제차라는 이유만으로 맹신하는 것은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언제든 화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콜을 하는 것인데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폭염에는 화재 위험이 더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