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3차원(3D) 게임 영상과 딥러닝 기술을 도입한다.
현대모비스는 16일 3D 게임 개발용 고화질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모의 자율주행 영상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카메라 센서 개발에 게임 관련 기술을 적용한 것.
이 기술은 컴퓨터 게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3D 가상 환경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제약 조건에 제한 받지 않고 원하는 환경을 구현해 테스트하기 때문에 카메라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카메라의 사물 인식 정확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기술 개발을 위해 현대모비스 인도연구소는 ‘타타 엘렉시(Tata Elxsi)’와 최근 계약을 체결하고 이번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타타 엘렉시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도의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7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하이데라바드’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인도연구소는 현지 우수 인력을 대거 채용해 운전지원시스템(DAS)와 자율주행 시스템, 멀티미디어 분야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 중이다.
양승욱 현대모비스 ICT연구소장(부사장)은 “모의 자율주행 영상 기술은 내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는 미래차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우수 전문 업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기술이 개발되면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카메라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특히 자율주행 테스트에 도입하려는 가상 주행 환경은 3차원 게임 개발용 영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다. 고화질 입체 영상을 활용하면 비 오는 날의 야간 도로와 복잡한 도심, 물웅덩이, 도로공사 현장 등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 제작이 용이해진다.
이렇게 구현된 가상 환경에서 자율주행차 카메라를 테스트해 차량과 보행자, 신호 인프라, 도로 표식 등을 정확히 분류할 수 있는 인식 성능을 높일 수 있다. 해당 기술은 자율주행 시험차량이 실제 도로를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과 병행해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주행 영상 자동 분류 기술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역시 자율주행 차량용 카메라의 인식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자율주행차에 달려 있는 전방 카메라는 사람의 눈을 대신해 차량과 차선, 보행자, 신호등 등 수많은 대상을 포착한다. 카메라 영상을 정확히 판독하려면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존에 확보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학습량도 많아져 센서 인식 정확도가 향상된다.
이 학습 데이터는 영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각 데이터마다 이름을 달아 주는 주석 작업(라벨링)도 중요하다. 카메라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포착된 영상에 차량을 비롯해 보행자와 교통 표지판 등 대상 종류를 각각 지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진언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선행개발실장(이사)은 “센서가 불러들인 영상에 주석을 다는 작업은 통상 1000여명 정도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현대모비스는 이를 딥러닝 기반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와 속도 등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용 카메라가 대상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사물 종류 하나당 100만장 가량의 영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체적으로 총 18종 분류 카테고리(차량, 보행자, 차선, 도로환경 등)를 선정해 각 나라별로 평균 1800만장가량의 주행 영상을 자동으로 라벨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대상 인식 정확도는 데이터베이스 양과 질이 좌우하기 때문에 딥러닝 기반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면 성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현대모비스는 강조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현재 다양한 미래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딥러닝 카메라 영상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에 투자를 단행했으며 독일 레이더 전문 업체와 함께 고성능 레이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인재 영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자율주행 센서 전문가인 그레고리 바라토프 상무와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 칼스텐 바이스 상무를 영입했다. 모두 독일 콘티넨탈 출신이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현재 600여명 수준인 자율주행 연구개발 인력을 오는 2021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800여명 수준인 국내 연구소 소프트웨어 설계 인원은 2025년까지 4000명으로 확대하는 등 미래차 핵심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