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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첫 행보로 미국行… 車관세폭탄 저지 나섰다

김현수 기자
입력 2018-09-18 03:00:00업데이트 2023-05-09 21:38:06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이 16일 오후 늦게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서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게 된 뒤 첫 대외 행보를 ‘미국행’으로 택한 것이다. 그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미 행정부 인사를 두루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14일 현대차 담당 부회장에서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이틀 만에 미국으로 향했다. 주 후반까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정계 인사와 글로벌 협업 관련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오후 늦게 청와대로부터 방북 동행 요청을 받은 뒤 일정 조율을 검토했지만 결국 미국행을 고수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청와대가) 누가 왔으면 좋겠다고 지목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워낙 무게감 있는 인사와의 약속이라 일정을 쉽게 조율할 수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이번 미국 출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로스 장관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경제단체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인사’로 꼽힌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국별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정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 로스 장관에게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고 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라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개월이 걸린 철강 관세 조사와 달리 자동차 관세 조사는 빠르게 마칠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을 불안하게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방미 출장길에서 그간 현대차가 미국에서 기여한 일자리와 향후 미국 투자 등에 대해 적극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해 1월 미국에 5년간 31억 달러(약 3조5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자동차 고율 관세 카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자동차 관세가 주로 독일과 일본을 겨냥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전체 완성차 생산량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이 한국은 23.7%로 캐나다(83.7%), 멕시코(38.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가격대비성능(가성비)을 장점으로 수출을 늘렸기 때문에 고율 관세는 치명적이다. 사실상 미국 수출길은 막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캐나다, 독일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일본은 이달 21일 미일 각료급 무역협의(FFR)를 진행하고, 이달 말 뉴욕 유엔총회 기간에 미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자동차 관세를 주요하게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투자 향방을 고민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7월 상호 자동차 무관세가 합의될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중국만큼 나쁘다”며 거부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