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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산 팔아 주가 띄우라’며 또 기업 흔드는 먹튀 엘리엇

동아일보
입력 2018-11-16 00:00:00업데이트 2023-05-09 21:18:49
미국 투기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흔들기를 재개했다. 엘리엇 측은 13일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이사진에 ‘주주 환원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협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핵심은 현대차가 8조∼10조 원, 현대모비스가 4조∼6조 원의 초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를 처분해서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돌려 달라는 요구다. 올해 5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무산시키고, 9월에 현대모비스를 쪼개 현대차,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하라고 압박한 데 이은 3차 공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주주 역할의 한계를 넘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무시할 것만도 아니다.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각각 3%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총 46.4%로 절반에 육박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규합해 공동 행동에 나설 경우 현대차그룹의 장기 경영전략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원래 지배구조 개편, 구조조정 등 민감한 이슈가 발생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다음 대주주를 공격하고 단기 차익을 챙겨 빠져나가는 것으로 이름난 펀드다. 2001년 재정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와 소송을 벌여 아르헨티나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뜨려 ‘벌처(썩은 고기를 먹는 대머리 독수리) 펀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공개 반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삼성에 30조 원 특별배당, 사외이사 추가 등을 요구해 일부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기업의 장기적 이익을 고려해 주주 이익을 실현하기보다는 기업이 망하거나 말거나 ‘먹튀’하는 것이 벌처펀드의 속성이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상장기업 전체 지분 3분의 1가량을 해외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이 외국계 투자자들을 규합할 때 해당 기업의 실추된 이미지를 빌미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무리한 요구에 의해 현대차 같은 한국의 중추 기업이 흔들리거나 일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이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반(反)대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것도 결과적으로 엘리엇 같은 해외 투기자본의 배를 불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