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불씨가 통상임금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들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을 월 단위로 지급하려고 하자 노조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상여금 갈등이 가장 첨예한 곳은 현대자동차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평균 연봉이 직원 전체는 9600만 원, 신입사원은 5500만 원으로 알려졌지만 상여금 750%가 월별로 분할 지급되지 않아 최저임금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상여금의 월별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에 반발해 상여금 월별 분할 시 통상임금에도 상여금을 포함할 것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요구할 계획이다. 법원 판결로 이미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된 기아차 노사의 최저임금-통상임금 연계 개편안이 다음 달에 나오면 이를 올해 현대차그룹의 임단협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 계산에 넣는다는 것은 통상임금의 3대 원칙인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 요건에도 맞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계산하려면 통상임금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은 심야·연장수당 및 퇴직금을 정산하는 기준이다. 법원은 2015년 1, 2심에서 현대차의 정기 상여금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정기 상여금 시행 세칙에 붙은 ‘재직일수 15일 미만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고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판결 이후 현대차 노사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노조는 이 세칙을 없애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4년간 지지부진했던 임금체계 개편을 앞으로 6개월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처벌 유예기간이 6개월인데 통상임금과 연계하려는 노조가 합의하지 않으면 자칫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다. 현대차는 일하지 않는 주말도 근로한 것으로 치는 ‘주휴시간’을 모두 최저임금 시급 계산에 넣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자 직원 6000여 명이 최저임금 미달로 조사됐다.
현대모비스와 르노삼성도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속출하면서 상여금 분할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자동차업계는 초비상이다. 자동차업계에 강성 노조가 대다수라 임금체계 개편을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예기간은 6개월뿐이라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데 정부는 노사가 알아서 협상하라고 최저임금 시행령을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확대로 임금체계 개편을 이미 진행한 기업은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에 참석해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늘어난 인건비 탓에 잔업과 주말 특근을 줄였다. 8만5000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세계 자동차업계는 구조조정에 나서는데 한국차만 추가 임금 계산에 몰두해야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