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부평 2공장의 생산물량을 축소하는 ‘라인운영속도 변경(잡다운)’ 추진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2공장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량은 늘어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해 7월 부평공장의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 확대를 위해 5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집행하고 내수·수출 물량을 연간 7만5000대까지 추가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지엠이 GM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콤팩트 SUV 제품의 차세대 디자인·차량 개발 거점으로 지정됐다”며 “신규 차량 개발 업무 수행을 위해 100명의 엔지니어들을 채용함으로써 한국지엠의 전체 연구개발 인력을 3000명 이상으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엥글 사장이 ‘트랙스’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현재 부평 1공장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트랙스의 생산이 조만간 부평 2공장으로 넘어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해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물량을 약 7만대까지 늘린다고 한 만큼 트랙스 생산이 부평 2공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랙스를 부평 2공장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지엠 쉐보레의 소형 세단 ‘아베오’ 역시 현재 부평 2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랙스와 아베오 모두 소형 플랫폼인 만큼 트랙스를 부평 2공장으로 넘겨도 같은 시설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7월 고용 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평 1공장이 갖추고 있던 아베오 생산시설을 전부 부평 2공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이 아베오의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2003년 출시 이후 처음이다.
제너럴모터스가 지난해 한국지엠 신설법인을 설립하면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등의 개발·생산을 확정한 것도 부평 2공장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량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신형 SUV나 CUV 차량 등은 부평 1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늘어나는 소형 SUV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창원공장에는 소형 플랫폼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이 없기 때문에 트랙스를 부평 2공장으로 넘기는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생산 현장에서 나오는 “부평 2공장이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군산공장의 경우 근무방식이 주간 1교대로 바뀌고 라인운영속도 변경을 거친 뒤 폐쇄로 이어졌는데 부평 2공장 역시 생산량 감소 등의 이유로 지난해 7월 주야 2교대가 주간 1교대로 전환됐고 이번에는 라인운영속도 변경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지엠의 다른 관계자는 “물량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계속 탄력적으로 대응을 해온 부분이고 노사협의를 통해서 여러차례 조정 이야기를 해온 만큼 특별한 이슈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아직 초기 논의 단계이고 한층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과정인 만큼 군산사태를 꺼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는 지난해 모터쇼에서 선보인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을 언제 도입할 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말리부 판매에서 더 노력해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