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갖고 싶던 독일 A사의 중형 세단을 구매했지만 최근 AS문제로 다시는 이 업체의 차량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설 연휴 직후인 7일 오전 11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주일 전 예약을 했지만 7일 오전까지도 ‘접수중’ 상태였다.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통화 중이라는 안내만 나올 뿐이었다. 당초 예약하려 했던 시간이 넘어서야 전화가 왔지만 빨라야 11일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답이 왔다.
#. 미국 F사 브랜드 차량을 소유한 L씨 역시 최근 AS로 불쾌한 경험을 했다. 미션오일 미세누유로 서비스센터 예약을 한 후 한 달을 기다렸고, 예약 당일에도 두 시간을 기다려 L씨의 차례가 됐지만 담당 정비사는 “부품을 발주했고, 한 달 후에 예약이 가능하니 그때 오라”고 말했다.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AS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판매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수입차업체들이 AS센터를 증설하는 등 서비스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승용차는 전체 승용차 시장의 16.7%에 이르는 26만705대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모델별 판매가에 판매대수를 곱해 산출한 판매액은 17조4744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연 30만대 판매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업체들의 서비스센터 숫자는 567곳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5.7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입차 등록대수가 217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서비스센터 한 곳이 3800대 이상의 차량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입차 서비스센터 확충이 판매 성장세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입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410건에 이른다. 수입차(중고차 포함) 관련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2013년 198건에서 2014년 237건, 2015년 236건, 2016년 289건, 2017년 307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1410건의 피해구제 신청 중 차량하자와 관련된 피해가 81.4%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계약관련 피해도 18.6%였다. 피해구제 합의율은 51.5%로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제조사가 AS까지 담당하는 국산차와 달리 본사가 품질 관리를, 딜러사가 AS를 맡는 시스템도 문제로 제기된다.
평균 사고 수리비도 국산의 3배에 달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지난해 10월 공개한 ‘국산 및 외산차 보험금 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수입차 한 대당 평균 수리비는 285만원으로, 국산차(108만원)의 2.6배 였다. 특히 수리비 중 부품비는 수입차 대당 평균 214만원으로, 국산차(55만원)에 비해 3.9배 비쌌다.
소비자원 측은 “수입차는 서비스센터가 많지 않고 부품 조달이 용이하지 않다”며 “계약 전 AS 등 유지관리상 불편함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제작사와 차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수입차는 외국에서 생산된 후 선박운송을 통해 인도되므로 차량 내외부, 하체, 엔진룸 등을 점검하고 시운전을 한 후 등록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또 “고장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면 정밀진단을 요구해야 한다”며 “점검, 정비 명세서는 차량 하자 관련 분쟁의 중요한 근거자료이므로 반드시 발급받아 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