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기아차 사옥. 2017.8.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심 이어 2심도 ‘신의성실 원칙’ 주장 기각노조 ‘환영’…다만 중식비는 통상임금서 제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사측의 ‘기업 경영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 주장은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22일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기아차가 임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은 1심에서 인정한 4223억여원보다 1억여원 줄었다.
가장 관건이었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에 대해 항소심은 이를 인정한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설·추석상여금을 포함해 상여금은 소정의 근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며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정기상여금 등을 노조가 요구하는대로 통상임금에 추가하는 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의성실의 원칙’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동원 가능 자금 규모, 보유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등에 비춰볼 때, 원고의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의 경우에는 원심에서 휴일근로수당에서 제외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어 인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은 실질적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휴일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지에 대해서도 “정규근무시간 및 연장근무시간 내 휴게시간에 대해 명시적·묵시적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노사 합의가 있었다”며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밖에도 월급제 근로자 통상수당의 경우에는 가족수당 부분만 제외하고 통상임금임이 1심과 동일하게 인정됐다. 토요일 근로도 휴일근로로 인정됐다.
다만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본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중식대가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중식대는 소정의 근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월급제 근로자의 고정 연장근로수당인 특근수당도 “월급제 근로자의 정확한 연장근로시간을 특정할 수 없고, 월급제 근로자 등이 ‘지급된 특근수당 이상’으로 연장근로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과 같이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을 마친 후 노조 측은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배척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강상호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세후 항목에서 일부 패소한 건 있지만 거의 1심 결과가 유지됐다”며 “사측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에 대해 지연하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 근로자들은 2011년 정기상여금과 일비, 중식대,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들이 청구한 임금 미지급분은 원금 6588억원에 이자 4338억원이 붙은 총 1조926억원이다.
1심은 노조의 주장 중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일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조가 청구한 금액의 약 38%에 해당하는 4223억원(원금 3126억원·이자 1097억원)의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기아차가 미지급 법정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자동차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데 공감했지만, 가정적인 결과를 예측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기아차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다시 다퉈보겠다며, 근로자 측은 지급액이 적다며 각각 항소했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대로 통상임금을 지급하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 측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초과해 일한다면 연장근로에 해당하기에 할증 계산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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