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관계자가 번호판을 파란색 친환경 차량용으로 교체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17.6.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대상기관 14%, 의무 비율 이하의 19년 구매계획 내놔내년부터 과태료 부과하지만…‘0대 구매’ 답변도 17곳
전기·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구매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공공기관들이 실제로는 이를 외면하는 실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에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친환경 차량의 구매를 촉구하고 규제까지 하지만, 자신들은 뒷전에서 지시만 하는 모양새다.
18일 뉴스1이 환경부 산하 수도권대기환경청에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저공해차 의무 구매 기관 302곳 중 44곳(14.6%)이 올해 과태료 기준인 70%보다 낮은 수치의 2019년 저공해차 구매 계획을 내놨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관리권역 내 소재한 행정·공공기관의 경우 새로 구매하는 자동차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하이브리드차 등 저공해 자동차로 구매할 의무가 있다.
의무 구매 비율은 2005년 20%를 시작으로 2011년 30%, 2017년 50%를 거쳐 올해 70%로 변경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한 기관에 대해 다음 해에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0년에는 이 기준이 100%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이렇게 과태료까지 부과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시행했던 의무구매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서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수도권 공공기관 200여곳을 조사한 결과, 저공해차를 구매한 평균 비율은 2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를 예고했음에도 국가·공공기관의 외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대기환경청에 따르면 검찰청은 2019년 저공해차 구매 계획에 대해 0%라고 밝혔다. 올해 구매할 차량 중 저공해차는 한 대도 없다는 뜻으로, 총 17개 기관이 이 같이 답변했다.
검찰청은 2018년에도 구매 차량 15대 중 저공해차가 하나도 없었다. 2018년 구매실적 0%를 기록하고 2019년에도 구매계획이 0%라고 밝힌 중앙 국가기관은 검찰청이 유일하다.
다만 대검찰청 관계자는 “저공해차 구매 계획은 법무부와 예산을 놓고 장기적으로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장 급하게 정할 수가 없다”며 “작년에는 구매 실적이 없긴 했지만 올해는 3월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1대를 임차해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 News1 장수영 기자
이 밖에도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서울 광진구청·노원구청, 인천 계양구청이 올해 저공해차를 한 대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랑구시설관리공단, 서대문구도시관리공단, 인천부평구시설관리공단, 고양도시관리공사, 이천시시설관리공단, 수원시체육회도 작년 실적과 올해 계획 모두 0%라고 답변한 공공기관이다.
구매 계획이 있긴 하지만 과태료 부과 기준치(70%) 이하로 구매하겠다고 밝힌 곳도 상당수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구매 차량 중 12.5%만 저공해차로 도입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은행은 16.5%, 한국은행은 23.1%다. 방위사업청과 국가인권위원회도 기준치보다 낮은 50.0%의 계획을 내놨다. 서울시설공단(2.1%)과 한국가스기술공사(2.9%)의 올해 구매 계획은 0%에 가깝다. 대통령비서실은 대상 기관 중 유일하게 올해 저공해차 구매 계획에 답변하지 않았다.
일부 공공기관에선 저공해 차종이 다양하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저공해 차를 사고 싶어도 편의성이 확보되지 않는 차종만 있다면 구매율이 높아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현재 민간 기업인 자동차 판매 회사에도 저공해차 보급 의무와 과태료를 부과하는 상황인데, 행정·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민에게 저공해차를 권하겠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저공해차의 보급과 구매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추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에 처음으로 공공기관에 과태료가 실제로 부과되고 그 실적도 공표되면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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