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트랙을 파고들었다. 고속에서도, 저속에서도, 깊이 굽어지는 코너에서도 우렁찬 굉음을 내며 속도를 낮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엔진을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거침없는 진동과 속도감, 거기에 마치 트랙과 한 몸으로 연결된 듯한 안정적인 차체는 포르쉐의 성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0일, 경기 용인에 있는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된 ‘2019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 참가했다. ‘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의 일환으로 포르쉐 독일 본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월드 로드쇼는 지금까지 전 세계 55개국 4만70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는 고객들이 ‘911’·‘718’·‘박스터’·‘카이맨’·‘파나메라’·‘마칸’ 등 독일에서 직접 공수한 22대의 차종들을 직접 주행해보며 포르쉐 차량의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은 물론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이번에 진행된 월드 로드쇼는 독일에서 파견된 5명의 전문 인스트럭터들과 함께 ‘핸들링’·‘브레이킹’·‘슬라럼’·‘택시 드라이빙’·‘E-하이브리 퍼포먼스’ 프로그램 등을 경험해보며 고객들이 다양한 주행환경에서 포르쉐가 발휘하는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월드 로드쇼는 ‘911 카레라 S’·‘911 카레라 4S’·‘911 GT3’·‘911 터보’·‘911 타르가 4 GTS’ 등 911 시리즈를 기자들이 트랙 위에서 순서대로 몰아보며 핸들링 성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2도어 스포츠카인 911 라인업 차량들은 트랙 위에서 자신의 성능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선두에서 달리는 인스트럭터의 지휘에 따라 기자들이 탑승한 5대의 911 차량들이 일렬로 트랙을 돌았다.
직선 코스에서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포르쉐 특유의 고속주행 성능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귓전을 때리는 웅장한 엔진소리와 밟는 대로 쭉쭉 뻗어나가는 가속감은 운전자의 질주본능을 끝없이 자극했다. 그리 길지 않은 직선 코스였음에도 911 차량은 순식간에 시속 150㎞ 이상을 찍었다. 이날 사용된 911 차량들은 모두 제로백 3초대의 성능을 품고 있다.
그러나 포르쉐가 직선코스에서 잘 달리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911 시리즈의 진가는 코너를 정복할 때 여실히 드러났다.
직선 코스에서 시속 150㎞로 달리던 포르쉐 911은 눈 앞에 있는 코너링 구간에서도 갈팡질팡 하지 않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며 스티어링휠을 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코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스티어링휠은 흔들림 없이 운전자가 조작하는 대로 차량의 방향을 바꿔나갔고, 차체는 마치 트랙에 붙어있는 듯한 안정성을 자랑했다.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자 운전에도 한층 자신이 붙었다. 코너 중반부터는 다시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며 속도를 냈다. 911은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순식간에 코너를 빠져나왔다.
핸들링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띈 모델은 단연 911 GT3였다.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포르쉐 고객들이 트랙 위에서 GT3의 성능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포르쉐가 직접 독일에서 공수해온 모델이다.
자연흡기 방식의 4ℓ 수평대향 엔진이 탑재된 911 GT3는 최고출력 50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GT 모델용으로 튜닝된 7단 포르쉐 더블클러치(PDK)를 장착할 경우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는 3.4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318㎞다.
911 카레라와 타르가 등 다른 모델들도 거침없이 트랙을 누볐지만 특히 GT3는 스포츠카 특유의 운전 재미가 극대화된 모델이었다. 더욱 날카로운 엔진 소리와 운전석 그대로 전달되는 거친 진동은 운전자에게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신형 2인승 모델은 7세대 911 카레라 S보다도 차체가 25㎜ 더 낮은 만큼 한층 빠른 직선주행·코너링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카본 리어 윙과 기류에 최적화된 프론트 엔드·프론트 스포일러 등을 반영하며 공기역학적인 스포츠카의 외관 디자인을 완성했다.
오전에 진행된 프로그램이 포르쉐 스포츠카 극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세션이었다면, 오후에 진행된 ‘핸들링2’는 포르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의 정숙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세션이었다. 핸들링2 프로그램에는 ‘카이엔’과 ‘카이엔 터보’, ‘마칸’ 등의 차량들이 투입됐다.
포르쉐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은 브랜드 고유의 주행성능은 간직한 채 정숙성과 안정성을 추가로 담고 있었다.
앞서 타봤던 2도어 스포츠카들에 비해서 운전의 재미는 떨어졌지만 대신 초보 운전자들도 쉽게 포르쉐를 몰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특유의 주행감을 뽐냈다. 데일리카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도심형 포르쉐’의 모습에 가까웠다.
특히 이날 투입된 신형 카이엔은 최근 포르쉐의 판매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이다. 지난해 1~5월 32대 판매됐던 카이엔은 올해 같은 기간 1461대의 판매 기록을 달성하며 선두에서 실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포르쉐는 매년 월드 로드쇼를 개최하며 고객들이 자사의 차량 성능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1인당 참가 비용은 66만원으로 슬라럼 세션, 브레이킹 테스트 세션, 핸들링 세션 등에서 포르쉐의 모든 차종들을 타보면서 포르쉐의 매력을 직접 알아갈 수 있다.
포르쉐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아들 페리 포르쉐는 “내가 꿈꾸던 차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그가 내세웠던 포르쉐의 원칙과 철학을 가장 정확하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다.
【용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