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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E-터보·디젤…“가볍게 LPG 세단을 압도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9-07-07 08:00:00업데이트 2023-05-09 19:54:59
LPG차 규제 완화로 일반 소비자도 LPG 승용차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상품성을 보강한 LPG 버전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택시 비중이 높은 세단 시장에서 LPG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GM은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번듯한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를 보유하고 있지만 LPG 버전에는 관심이 없다. 경제성 측면에서 현행 가솔린 및 디젤 모델이 경쟁사 LPG 세단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사실 한국GM은 과거 MPV 모델인 ‘쉐보레 올란도’를 통해 LPG차를 판매한 전력이 있다. LPG차 개발을 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굳이 LPG 버전을 말리부 라인업에 추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GM은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 엔진을 기반으로 진화를 거듭한 말리부가 충분히 우수한 경제성을 실현한다고 강조한다. 가볍다는 의미의 ‘라이트(Light)’를 넘어 ‘올바른(Right)’ 선택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엔진 콘셉트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말리부는 한국GM 뿐 아니라 글로벌 GM의 엔진 기술력이 집약된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단적인 다운사이징부터 유럽 태생 디젤 엔진과 스포츠 쿠페 쉐보레 카마로에 들어가는 고성능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까지 중형 세단에 요구되는 기술이 모두 적용된 셈이다.

특히 라이트사이징을 상징하는 1.35리터 가솔린 터보(E-터보) 모델과 1.6리터 디젤 버전은 경제성을 앞세운 경쟁사 LPG 세단과 정면승부를 펼치는 대표주자다.
○ 말리부 E-터보 “가볍게 치고 나간다”…우수한 연비 ‘만족감↑’

작년 하반기 소개된 ‘말리부 E-터보’를 처음 만난 느낌은 꽤 충격적이었다. 엔진 크기를 줄이면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다운사이징 기술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1.5리터나 1.6리터가 아니라 1.35리터급 엔진이 중형 세단에 장착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웬만한 소형차급에 들어가는 엔진보다 크기가 작다.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보이며 말리부를 소개하는 한국GM 관계자들의 표정에 의문도 들었다. 무슨 자신감일까. 말리부 E-터보에 대한 첫인상은 기대보다 염려가 앞섰다.

의문과 염려가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존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보다 실린더가 하나 줄어들면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수치가 각각 166마력에서 156마력, 25.5kg.m에서 24.1kg으로 소폭 줄었지만 초반 가속 감각이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저단에서 충분한 토크가 발휘될 수 있도록 엔진이 세팅됐다고 한국GM 측은 설명했다.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고속 구간에서 더욱 돋보였다. 150마력대 3기통 엔진의 운동성능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무래도 엔진 크기를 줄이면서 고속 퍼포먼스를 포기하고 저속 주행 감각에 더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속도로에서 말리부 E-터보는 달리기 성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효율을 위해 채택된 VT40 무단변속기 감각은 자동변속기 반응과 큰 차이가 없다. 더욱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한국GM은 자동변속기 느낌을 구현해 낸 프로그램을 적용해 고부하 영역에서 이질감 없는 변속감각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내구성도 기대할 수 있다. 일반 스틸벨트 타입 대신 럭(Luk)체인벨트를 적용해 내구성을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말리부 특유의 단단한 하체와 궁합도 꽤 괜찮다. 저속에서 느꼈던 차가 가벼운 느낌은 고속에서 묵직하게 변모해 안정감을 더한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다른 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급 경쟁 가솔린 모델에서 누릴 수 없는 연비효율은 대미를 장식한다. 편도 약 65km를 주행한 연비는 리터당 18km. 공인된 고속도로 연비(16.2km/ℓ)를 훌쩍 뛰어넘었다. 디젤 세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시승 초반 도심 혼잡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우수한 연비를 기대할 수 있다.

이쯤 되니 한국GM이 보인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배기량과 수치를 보고 차의 성능을 논하는 시대는 지났다. GM은 다운사이징을 넘어선 라이트사이징 기술을 바탕으로 터보차저에서 해답을 찾은 모습이다. 효율 향상과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엔진 크기를 줄였지만 터보차저 기술을 통해 성능을 보완했다. 전 모델에 터보차저를 탑재해 주행성능을 끌어올렸다. 굳이 LPG 파워트레인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 말리부 디젤, 유럽 태생 ‘웰메이드’ 엔진…연비·희소성 기대

1.6리터 CDTI 디젤 엔진이 탑재된 말리부 디젤은 LPG 중형 세단의 또 다른 대항마다. 희소성도 기대할 수 있다. 많은 이슈와 규제로 인해 디젤 중형 세단이 단종 추세이기 때문이다. 묵직한 디젤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굳건한 말리부 디젤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실 말리부 디젤에 탑재된 1.6리터 CDTI 디젤 엔진은 버리기 아까운 엔진이다. 유럽 독일 태생 엔진으로 오펠 모카(Mokka)와 아스트라(Astra) 등 주요 차종에 적용되면서 검증을 마쳤다. 까다로운 배기가스 규제도 통과했다. 특히 정숙성은 동급 최고수준이다. 사운드 엔지니어링 기술을 도입해 정숙한 엔진 구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디젤 엔진 본고장 유럽에서도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다.
실제로 말리부 디젤에 탔을 때 이 차가 디젤차인지 가솔린 모델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후면 엠블럼을 확인한 후에야 디젤차임을 알 수 있었다. 내부 소음과 진동이 말리부 E-터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절제됐다.

라이트사이징 기술은 디젤 모델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차체와 엔진 경량화에 신경을 썼다. 특히 한국GM은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서스펜션 튜닝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자잘한 진동을 걸러내면서 급격한 코너나 요철 구간에서는 하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승차감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고급 브랜드 캐딜락이나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 버금 주행감각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특히 설계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하중이나 힘이 많이 실리는 곳을 보강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덜어내 섀시 완성도를 높였다. 이전 세대 대비 섀시 무게가 130kg 가벼워졌다.
1.6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E-터보와 마찬가지로 수치는 낮다. 다만 디젤 엔진 특유의 높은 토크로 인해 주행이 답답하지 않다.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저속 구간에서 묵직하면서 안정감 있는 감각은 말리부 E-터보보다 만족스럽다.

고속 안정성도 개선됐다. 단단한 하체와 조합된 고강성 섀시는 운전에 자신감을 더해준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선이탈방지 보조 장치가 적절하게 개입해 스티어링 휠 조향을 돕는다. 다만 한계도 있다. 끈기 있게 속도를 높이지만 한계점에 도달하면 속도 올리기가 버거워진다. 고속 주행 시 스포티한 드라이브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1.6 디젤보다 가솔린 E-터보가 더 적합해 보인다. 다른 대안으로는 2.0리터 가솔린 터보도 준비돼 있다. 디젤 모델인 만큼 연비는 출중하다. 약 70km 주행 코스에서 연비는 리터당 20km에 달했다. E-터보와 마찬가지로 공인연비를 뛰어넘은 실제 연비를 기록했다.
○ ‘라이트사이징’ 앞세운 한국GM 자신감…“LPG 뛰어넘는 경제성”

라이트사이징 기술을 대표하는 말리부 E-터보와 디젤 모델 시승을 통해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GM의 차별화된 자신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국GM은 연료비 측면에서 LPG 파워트레인이 저렴하지만 연비효율은 여전히 저배기량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국내 출시된 LPG 중형 세단은 2.0리터 엔진이 탑재되기 때문에 세금 측면에서 말리부 라이트사이징 라인업이 저렴하다고 전했다.

전국에 주유소는 1만2000여 곳이 있지만 LPG 충전소는 2000여개(서울 약 70여 곳)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류세 역시 가솔린은 하락세를 보이지만 수요가 늘면서 LPG는 상승 추세다. 때문에 유류비와 자동차세를 포함한 연간 유지비를 고려하면 LPG 중형 세단보다 라이트사이징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말리부 E-터보의 경우 정부로부터 제3종 저공해차 인증을 획득해 통행료와 주차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 남산1·3호 터널 혼잡통행료가 50% 감면되며 공영주차장 요금은 50% 할인이 적용된다. 지하철 환승 주차장 요금 할인율은 80%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