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1월 13만6000여 대가 팔리며 국산과 수입을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와 같은
기간 1만866대가 팔려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른 미국 테슬라 ‘모델3’(왼쪽 사진부터). 두 차량은 향상된 성능과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 가격, 편리한 사용성으로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제공·동아일보DB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 혹은 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신개념 차.’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은 두 차량의 비결에 대한 자동차 업계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올해 국내 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성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전체 ‘베스트셀링 카’로 등극하고 순수전기차(EV) 분야에서는 테슬라 ‘모델3’가 판매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더 뉴 그랜저’는 지난달까지 13만6000여 대가 팔리면서 올해 15만 대 판매 고지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부분 변경된 그랜저는 주간주행등(DRL)에 히든 라이팅 램프를 적용한 독특한 전면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된 이후 지난해 같은 기간(9만여 대)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예약했다.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현대차에서 가장 비싼 세단(3000만∼4000만 원대)인 그랜저가 국내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상황.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객 눈높이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의 크기와 고급감, 첨단 기능 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선호하는 차급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뉴 그랜저는 이전 모델에 비해서도 전장을 60mm늘리고 휠베이스(축간거리)와 전폭을 각각 40mm, 10mm 늘린 바 있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한때 잘나갔던 경차 수요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에 넓은 공간을 강조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이 계속 커지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5만8000여 대 팔려 중형 SUV인 싼타페(5만2000여 대)를 앞지르기도 했다.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차에서는 미국 테슬라 ‘모델3’가 올해 11월까지 1만866대를 팔면서 판매 1위를 예약한 상황이다. 현대차 전기차 코나EV(7800여 대)와 기아자동차 전기차 니로EV(3000여 대)를 더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델3 성공 요인으로는 전기차 진입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 가장 크게 꼽힌다. 모델3는 ‘5000만 원대에서 만날 수 있는 움직이는 IT 기기’로 차별화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테슬라가 앞서 내놓은 ‘모델S’와 ‘모델X’ 가격이 1억 원이 넘었던 걸 생각하면 반값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10월 25일까지이긴 했지만 전용 급속 충전기 ‘슈퍼차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차량 가격을 4000만 원대까지 낮출 수 있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었다.
특히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자동 무선 업데이트(OTA)를 이용해 차량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점은 자동차로 미래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테슬라 팬덤’까지 만들어내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내비게이션 정보뿐만 아니라 차량 관리, 게임 등 부가기능도 언제든지 추가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OTA를 이용해 ‘붐박스’ 기능을 추가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적 소리를 염소울음, 박수소리처럼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것으로 단순한 운전을 뛰어넘은 테슬라만의 경험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다른 영역 물가가 상승한 것에 비하면 자동차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그랜저 같은 고급차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델3의 약진은 고객들이 미래차에 기대하는 요소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