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0일 공개한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 삼성전자 제공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자를 제외한 승객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이 아닌 차내 모니터에서 보고 싶은 영화나 듣고 싶은 음악을 고른다. 집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선명한 화면, 또렷한 음질의 콘텐츠를 빠르게 내려받는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새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이 탑재된 자동차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삼성전자는 차세대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을 공개하고 완성차 및 전장부품 업계를 대상으로 수주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에 5세대(5G) 이동통신을 탑재할 수 있는 ‘엑시노스 오토 T5123’, 차내 내비게이션과 콘텐츠 활용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에 쓰이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전력관리칩(PMIC) ‘S2VPS01’이다.
○ 5G·인포테인먼트… 미래차용 차세대 반도체
T5123은 3세대(3G), 롱텀에볼루션(LTE)만 쓰이던 커넥티드카 시장에 처음 선보인 5G 반도체다.
커넥티드카는 이동통신망에 연결된 자동차로 주행 중 통신을 활용한 실시간 길 안내, 영상과 음악 등 콘텐츠 이용, 비상시 긴급 구조 요청 등이 가능한 텔레매틱스를 지원한다. T5123은 초당 최대 5.1Gb(기가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파일 크기가 3.7GB(기가바이트) 정도인 2시간 분량 영화 한 편을 6초 만에 저장할 수 있다. 5G가 구축되지 않은 곳에서는 LTE로 어디서든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18년 504억 달러(약 60조 원)였던 세계 텔레매틱스 시장이 2026년에는 320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V7과 S2VPS01은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반도체다. V7은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중 처음으로 LG전자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에 공급됐다. LG전자가 독일 폭스바겐에 납품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ICAS 3.1’에 V7이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해 차내에서 AI 비서는 물론 얼굴과 음성, 동작 인식만으로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고화질, 고음질 구현을 위한 기술을 지원해 자동차에서 여러 콘텐츠를 매끄럽게 즐길 수 있다. S2VPS01은 V7과 같은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가 차량 주행 중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전력을 정밀하게 조절한다.
○ 미래차 시장 잡아 시스템반도체 1위 전략
그 대신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시스템반도체는 연산과 AI가 가능해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 정보 처리량이 많은 미래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차 1대가 8시간 동안 만들어내고 처리하는 데이터 용량은 40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2시간 분량의 영화 1107편과 맞먹는 크기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AI를 갖춘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엔비디아, 인텔 등 기존 시스템반도체 전문업체뿐 아니라 전기차업체 테슬라까지 AI를 적용한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고, 구글과 바이두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독자적인 차량용 반도체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컨설팅업체 KPMG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중 2019년 43%였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고사양 제품의 비중은 2040년 8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올해 초 450억 달러였던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와 맞물려 2026년 676억 달러(약 8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준명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올해 3월 보고서에서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차량 기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지가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