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국내에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1996년 아산 공장 완공 후 29년 만의 첫 국내 공장이다. 내년에는 10년 만에 생산 기술직 신규 채용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11일 임금 및 단체 협약을 위한 15차 단체교섭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3년 국내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한다. 부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2025년 새 공장을 완공한 뒤에는 기존 노후 생산 라인들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각 라인별 생산 물량 및 차종도 전반적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5월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전기차, 연구개발(R&D), 신사업 등에 2025년까지 63조 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노조와도 합의하면서 국내 현대차 생산 설비는 글로벌 수준의 미래형 자동차 양산 공장으로 본격적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내연기관차 부문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친환경차 생산 확대와 연계한 직무 전환 교육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조도 차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근로자 투입 비율 조정과 수요에 연동한 생산량 조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새 공장 증설 합의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지게 됐다. 회사 측은 전기차 등 미래차 수요 확대에 따라 국내외 생산기지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울러 미국 등 해외 공장 투자 발표가 잇따르는 과정에서 노조의 고용 불안을 무마할 카드도 필요했다.
노조의 경우 이번 합의로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는 성과를 얻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40% 덜 들어가 생산직 인원이 적게 필요하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날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인데 공장이 신설되면 직무 전환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합의는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를 상당부분 받아들인 결과라는 평가가 있다. 실제 내년 상반기(1~6월) 생산기술직을 새로 뽑기로 한 내용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다만 국내 공장을 고부가가치 차량 생산 중심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 국내 근로자의 고임금과 노동 경직성 등으로 그 동안 국내 공장이 추가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 시대가 오면서 고부가가치 차량을 만드는 국내 공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