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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재랜코 아니라 ‘JLR코리아’… 재규어, 1년 재정비 거쳐 고급 전기차로 부활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3-05-22 11:40:00업데이트 2023-11-06 13:57:31
재규어랜드로버가 전동화와 모던럭셔리에 초점을 맞춘 ‘리이매진(Reimagine)’ 전략 일환으로 사명까지 변경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새로운 이름은 ‘JLR’이다. 재규어(Jaguar)와 랜드로버(LandRover)의 영문 앞 철자를 한데 모은 이름으로 언뜻 보기에는 기존 재규어랜드로버와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이름에는 특유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면서 보다 간결하고 세분화된 브랜드 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모던럭셔리를 완성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국내 역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재랜코)에서 JLR코리아로 거듭날 전망이다. 영국 본사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JLR코리아가 공식 언급됐다. 법인명 변경 등 관련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한다. 국내 재규어 브랜드의 경우 올해 연말부터 숨고르기에 들어가 1년 여간 재정비를 거쳐 오는 2025년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돌아올 예정이다.
레너드 후르닉(Lennard Hoorinik) JLR 최고사업책임자(CCO)레너드 후르닉(Lennard Hoorinik) JLR 최고사업책임자(CCO)
○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 전개… 브랜드 2개→4개 세분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JLR코리아)는 18일 서울 송파구 소재 시그니엘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시장에 대한 새로운 계획과 방향성을 발표했다. 기자간담회에는 로번 콜건(Robin Colgan)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와 함께 영국 본사에서 온 레너드 후르닉(Lennard Hoorinik) JLR 최고사업책임자(CCO, Chief Commercial Officer), 제럴딘 잉검(Geraldine Ingham) 레인지로버 브랜드 운영 총괄 대표이사, 마틴 림퍼트(Martin Limpert)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발표한 글로벌 전략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계획과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JLR의 한국 시장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2년 전부터 추진 중인 전동화 가속화 ‘리이매진(Reimagine) 전략’과 각 브랜드 글로벌 운영 방향성을 담은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로번 콜건(Robin Colgan)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로번 콜건(Robin Colgan)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
이날 레너드 후르닉 JLR COO는 “리이매진 전략에 따라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중심 모던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재무적으로 2025년 회계연도(글로벌 기준)까지 흑자를 이어가고 2026년까지는 두 자리 수 영업이익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전략의 경우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리이매진 전략에 따라 전동화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확장하고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을 한국에도 도입하겠다”며 “모던럭셔리 브랜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은 그동안 랜드로버와 재규어 등 크게 2개로 운영한 브랜드를 세분화해 4개 브랜드로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랜드로버를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디스커버리 등 3개 브랜드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규어는 기존처럼 1개 브랜드로 운영한다.
재규어 4도어 GT 전기차 티저재규어 4도어 GT 전기차 티저
○ 재규어, 연말 국내 영업 중단… 2025년부터 포르쉐·벤츠 EQ와 경쟁
국내 시장의 경우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재규어 브랜드는 재정비에 들어간다. 로빈 콜건 대표는 “재규어 브랜드는 한국에서 올해 연말까지만 운영하고 오는 2025년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돌아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규어는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서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벤츠와 BMW가 국내 수입차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기 전에는 영국 특유의 차별화된 감성을 앞세워 준수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과 경쟁하는 XF가 국내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재규어 XE재규어 XE
재규어 F-타입재규어 F-타입
글로벌 시장에서도 많은 인기에 힘입어 활발하게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BMW 3시리즈와 경쟁하는 스포츠세단 XE를 개발했고 포르쉐 911을 라이벌로 삼은 스포츠카 F-타입을 선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 추세에 맞춰 랜드로버 기술력을 고스란히 담은 F-페이스와 콤팩트 SUV E-페이스 등을 출시했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재규어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전동화 분야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2018년 브랜드 첫 순수 장거리 전기차 모델인 I-PACE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당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도 판매하지 않는 300~400km 주행이 가능한 장거리 전기차를 한 발 앞서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 선택에서 멀어졌다. 고급 이미지를 앞세운 벤츠와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BMW 사이에서 애매한 브랜드 이미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파격 할인을 단행할 때도 기존 가격을 고수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도 생겼다. 제품 측면에서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다양한 편의사양 도입을 꾀한 독일 브랜드에 비해 재규어는 상대적으로 상품성 개선에 소홀했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SUV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과 소비자 관심이 랜드로버에 집중된 경향도 재규어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재규어 F-페이스재규어 F-페이스
재규어 I-페이스재규어 I-페이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는 브랜드 운명에 결정타를 날렸다. 재규어랜드로버는 부품 공급난과 물류난에 따라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결과적으로 국내 판매 물량이 크게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랜드로버 판매에 매진하기로 했고 모든 프로모션과 마케팅 활동이 랜드로버에 집중됐다. 현재 국내에서 재규어는 주문 생산 방식으로 일부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재규어 브랜드에 대한 재정비를 결정했다. 로빈 콜건 대표에 따르면 재규어는 오는 2025년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리브랜드를 거친 재규어 첫 전기차 모델도 결정된 상태다. 2025년부터 전기차 3개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첫 전기차 모델은 4도어 GT 모델이라고 한다. 소량 생산되는 럭셔리 전기차 모델로 가격대는 약 1억7000만 원(약 10만 파운드)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약 700km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은 현재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재규어 F-페이스 등이 생산되는 영국 솔리헐 공장에서 이뤄진다. 올해 연말부터 일반도로 주행테스트에 돌입하고 내년 초 재규어 4도어 GT 전기차의 디자인을 공개하고 글로벌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레너드 후르닉 CCO는 “재규어는 다른 무엇도 따라하지 않는 독창적이고 궁극적인 모던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며 “전동화를 기반으로 브랜드가 근본적으로 재창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벤츠와 BMW, 아우디 등과 경쟁했던 재규어는 포르쉐 타이칸, 벤츠 EQS 등과 맞붙는 브랜드로 거듭날 전망이다.

국내 재규어 서비스의 경우 올해 딜러 영업은 중단하지만 22개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AS는 지속 유지된다. 로빈 콜건 대표는 “재규어 고객을 버리는 일은 없다”며 “미래 재규어는 독립 브랜드로 한국에서 운영되고 ‘직접 판매’ 방식으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PHEV랜드로버 레인지로버 PHEV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PHEV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PHEV
○ 랜드로버, 국내 전동화 본격화… 올해 PHEV·내년 레인지로버EV 출시
재규어와 달리 랜드로버는 국내에서 전동화 라인업 확장을 본격화한다. 영국 헤일우드 공장을 전기차 전용 제조 시설로 전환하고 내년 레인지러보 전기차 버전을 필두로 리이매진 전략 전동화 로드맵을 밟아나갈 예정이다. 2025년에는 전기차 전용 중형 SUV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랜드로버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모델로 기록된다. JLR은 리이매진 전략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신차 판매량의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벨라 등 주요 모델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버전을 올해 말 출시한다.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 전기차 모드로 최대 100km 이상(유럽 WLTP 기준)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한다.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PHEV(P550e) 모델은 3.0리터 직렬 6기통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과 최고출력 160kW급 전기모터, 38.2kWh급 배터리가 결합된다. PHEV 모델이지만 50kW DC 급속 충전을 지원해 1시간 이내에 배터리를 약 80%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플랫폼 전략도 새롭게 설정했다. 기존 7개 아키텍처를 전동화에 기반을 둔 3개 아키텍처로 축소하고 생산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MA(Electrified Modular Architecture)를 비롯해 내연기관(ICE)과 하이브리드, 전기차(BEV)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MLA(Modular Longitudinal Architecture)를 운영한다. MLA 플랫폼은 신형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적용됐다. 여기에 재규어 브랜드의 독자적인 전동화 아키텍처인 JEA(Jaguar Electrified Architecture)가 추가된다.

내년 레인지로버 전기차와 2025년 첫 EMA 플랫폼 전용 전기차에 이어 디펜더와 디스커버리 브랜드도 순차적으로 전동화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 ‘부티크’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온라인·디지털 기반 새 판매 방식 도입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에 따라 전시장 등 브랜드 운영 방식도 새로워진다. JLR은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디스커버리, 재규어 등 각 브랜드 고유 개성을 확장하고 가장 매력적인 모던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랜드로버’ 이름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신뢰를 상징하는 인증 마크 역할을 하게 된다.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디스커버리 전시장에는 랜드로버 배지가 유지된다.

전시장의 경우 ‘부티크’ 개념을 도입해 차별화된 플래그십 스토어가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 부티크 전시장은 미정이지만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하이에서 부티크를 열고 본격적으로 운영에 돌입했다. 스페셜 에디션 모델도 판매에 들어갔다. 일부 에디션 모델 판매가는 롤스로이스 엔트리급 모델에 버금가는 약 30만 파운드(약 5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온라인과 디지털에 중점을 둔 새로운 판매 방식도 도입한다. 전용 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앱을 활용해 간편하게 신차를 확인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랜드로버 디펜더랜드로버 디펜더
레너드 후르닉 CCO는 “한국 소비자들은 디테일과 품질을 놓치지 않는 높은 안목을 갖췄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한국이 아시아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JLR은 부품 공급난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작년에는 (크지는 않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며 “신형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등 제품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으로 전동화 전략을 실행하면서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전례 없던 모던럭셔리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잠시 재정비에 들어가는 재규어는 모방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무엇도 따라하지 않는 브랜드로 재탄생해 지속가능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