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 자동차 기업들이 대거 철수한 러시아 시장이 중국 완성차 브랜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불과 3년 만에 러시아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며 시장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1일 발간한 “러시아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2022년 15만4000대에서 2024년 117만대로 2년 사이 7.6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1년 8%에 불과했던 중국계 브랜드의 러시아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2024년 60.4%로 급등했다. 현재 체리, 창청자동차(GWM), 지리 등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전체의 성장세도 중국 브랜드의 약진을 뒷받침했다. 2024년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34.7% 증가한 98만3000대를 기록했으며 판매량 역시 39.2% 증가한 183만4000대를 달성했다. 러시아 내수 시장 회복기에 중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과 조립 확대를 통해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갔다.
종전 협상에 대한 논의가 오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 시장 재진출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도와 공급망을 고려할 때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AMA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은 전쟁 이전까지 한국 자동차 업계의 주요 수출시장이자 생산 거점 역할을 해온 만큼 향후 성장 여력이 있다”며 “만약 재진출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와 러시아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 현지화 요구 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