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특별함이 있다. 오래될수록 고유 가치는 더더욱 높아진다. 아무리 좋은 새것을 붙여 봐도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여진 기품과 권위를 넘어설 순 없다.
109년 역사를 지닌 마세라티는 자동차 산업 초창기부터 업계를 지켜온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다. ‘아름다운 고성능차’를 만든다는 철학 아래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나 마세라티가 인정받는 건 가치의 연속성 때문이다. 실제로 직전 출시가 10년 가까이 된 ‘기블리’나 ‘콰트로포르테’는 당시 모습 그대로 판매되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성능 경쟁력은 여전하다. 7년 넘은 마세라티 최초 SUV 르반떼도 수준 높은 상품성으로 마음을 끌고 있다.
좀처럼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마세라티가 최신작 ‘그레칼레’를 내놨다. 지중해의 강력한 북동풍을 뜻하는 그레칼레는 차명만으로도 ‘걸작’ 기운이 느껴진다. 이미 르반떼 성공을 경험한 마세라티는 그레칼레를 투입하면서 최고급 SUV 시장에서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레칼레 첫 인상은 익숙한 마세라티와는 뭔가 달랐다. 기존 마세라티 겉모습이 역동성을 부각시켰다면 그레칼레는 그 속에서 부드러움을 가미해 한층 세련된 인상을 심어줬다. 역동성과 부드러운 디자인의 조화는 운전자들의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최적의 조합이다.
마세라티 디자인은 ‘변함없는 시각적 매력’이 토대가 된다. 디자인에 대한 마세라티의 접근 방식은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면은 과하지 않은 낮고 인상적인 그릴을 배치했다. 상징적인 배지인 마세라티 트라이던트부터 시작되는 디자인은 마세라티 특징을 잘 보여준다.
후면부에는 이탈디자인 창업자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3200 GT에서 영감을 받은 부메랑 테일라이트와 마세라티의 특징적 외관과 사다리꼴 라인이 적용됐다. 사다리꼴의 스포티한 외관은 전체 자동차 전반의 본질적 특징이다. 이번에 만난 그레칼레 모데나 버전은 GT 모델에 비해 전폭을 30mm 늘리면서 스포티한 캐릭터를 강조했다.
시승차는 은은한 하늘빛이 도는 비앙코 아스트로 색상이 적용됐다. 화창할 땐 반짝반짝 하늘색, 어두운 곳에선 회색 등 조도와 보는 각도마다 색깔이 달라지는 게 매우 특별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색상이라 자꾸 눈길이 갔다.
마세라티 스타일은 기술적 사양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그레칼레에 오르면 마세라티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디지털시계가 맞이한다. 또 편의사양은 전부 터치로 제어된다. 터치 한 동작으로 기술적 기능 접근이 가능하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2개가 포함돼 있다. 상단에는 12.3인치 중앙 화면이고 나머지는 추가 컨트롤을 위한 8.8인치다. 운전자를 위해 인체공학적으로 배치돼 있다. 탑승자도 뒷좌석 터치스크린을 통해 3존 에어컨을 취향에 맞게 위치를 조정하면 된다. 버튼 방식 도어 계폐 장치도 처음 적용됐다.
그레칼레는 르반떼 못지않게 공간이 널찍하다. 2901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부분에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 제공된다. 차체 크기가 비슷한 포르쉐 카이엔(2895mm) 보다 차간 거리가 길다. 트렁크 용량은 535∼570L다. 또한 2열 좌석을 완전히 평평하게 접어 눕힐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골프백 4개가 쉽게 들어가는 크기다.
특히 시승 내내 그레칼레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압권이었다. SUV의 태생적 한계인 큰 몸집과 차체 무게, 여기에 고성능까지 결합됐지만 흐트러짐 없는 승차감이 탑승객을 편안하게 했다. 도로의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적당히 충격을 상쇄시킨다는 느낌이었다.
공차중량(1970kg)이 2톤 가까이되는 육중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방향전환이나 차량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경쾌했다.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무게감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차선변경, 급커브 구간 등에서도 차체가 빠르고 민첩하게 반응했다.
달리기 능력은 압도적이다. 그레칼레는 마세라티의 전략 스포츠카 MC20 디자인과 성능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모데나 버전은 선천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지닌,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이라고 한다. 시간과 주변 환경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제작됐다. 4기통 330마력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된 모데나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3초가 걸린다.
도심을 빠져나가 속도를 내자 마세라티 특유의 굉음이 울리며 차가 쏜살같이 나아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굉음은 한층 커졌다. 강력한 엔진 성능을 자랑하듯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동안에도 가속이 여유로웠다.
제동 성능도 좋았다. 고속으로 달리다 빠른 감속을 시도했을 때 한 치의 밀림 현상도 없었다. 운전자 의지대로 차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신뢰감이 들었다.
연비는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서울 강남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한 번의 주유로 왕복 300km 가까이 주행을 마쳤다. 급가속과 급정거가 잦았지만 평균 연비는 9km/ℓ대 초반을 기록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주행보조기능이다. 장거리 주행 시 지능형 크루즈컨트롤을 적극 활용했지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졌다. 차선 중앙 유지가 원활하지 않아 옆 차선을 침범하는 경우가 잦았다.
전체적으로 그레칼레는 완성형 최고급 SUV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빼어난 외관, 고급진 실내장식, 두말 할 나위 없는 주행 및 제동성능과 현대적 기능성. 지중해의 강력한 북동풍이 국내 최고급 시장을 뒤흔들기 충분한 상품성을 갖췄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109년 역사를 지닌 마세라티는 자동차 산업 초창기부터 업계를 지켜온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다. ‘아름다운 고성능차’를 만든다는 철학 아래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나 마세라티가 인정받는 건 가치의 연속성 때문이다. 실제로 직전 출시가 10년 가까이 된 ‘기블리’나 ‘콰트로포르테’는 당시 모습 그대로 판매되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성능 경쟁력은 여전하다. 7년 넘은 마세라티 최초 SUV 르반떼도 수준 높은 상품성으로 마음을 끌고 있다.
좀처럼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마세라티가 최신작 ‘그레칼레’를 내놨다. 지중해의 강력한 북동풍을 뜻하는 그레칼레는 차명만으로도 ‘걸작’ 기운이 느껴진다. 이미 르반떼 성공을 경험한 마세라티는 그레칼레를 투입하면서 최고급 SUV 시장에서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레칼레 첫 인상은 익숙한 마세라티와는 뭔가 달랐다. 기존 마세라티 겉모습이 역동성을 부각시켰다면 그레칼레는 그 속에서 부드러움을 가미해 한층 세련된 인상을 심어줬다. 역동성과 부드러운 디자인의 조화는 운전자들의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최적의 조합이다.
마세라티 디자인은 ‘변함없는 시각적 매력’이 토대가 된다. 디자인에 대한 마세라티의 접근 방식은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면은 과하지 않은 낮고 인상적인 그릴을 배치했다. 상징적인 배지인 마세라티 트라이던트부터 시작되는 디자인은 마세라티 특징을 잘 보여준다.
후면부에는 이탈디자인 창업자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3200 GT에서 영감을 받은 부메랑 테일라이트와 마세라티의 특징적 외관과 사다리꼴 라인이 적용됐다. 사다리꼴의 스포티한 외관은 전체 자동차 전반의 본질적 특징이다. 이번에 만난 그레칼레 모데나 버전은 GT 모델에 비해 전폭을 30mm 늘리면서 스포티한 캐릭터를 강조했다.
시승차는 은은한 하늘빛이 도는 비앙코 아스트로 색상이 적용됐다. 화창할 땐 반짝반짝 하늘색, 어두운 곳에선 회색 등 조도와 보는 각도마다 색깔이 달라지는 게 매우 특별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색상이라 자꾸 눈길이 갔다.
마세라티 스타일은 기술적 사양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그레칼레에 오르면 마세라티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디지털시계가 맞이한다. 또 편의사양은 전부 터치로 제어된다. 터치 한 동작으로 기술적 기능 접근이 가능하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2개가 포함돼 있다. 상단에는 12.3인치 중앙 화면이고 나머지는 추가 컨트롤을 위한 8.8인치다. 운전자를 위해 인체공학적으로 배치돼 있다. 탑승자도 뒷좌석 터치스크린을 통해 3존 에어컨을 취향에 맞게 위치를 조정하면 된다. 버튼 방식 도어 계폐 장치도 처음 적용됐다.
그레칼레는 르반떼 못지않게 공간이 널찍하다. 2901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부분에는 상당히 넓은 공간이 제공된다. 차체 크기가 비슷한 포르쉐 카이엔(2895mm) 보다 차간 거리가 길다. 트렁크 용량은 535∼570L다. 또한 2열 좌석을 완전히 평평하게 접어 눕힐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골프백 4개가 쉽게 들어가는 크기다.
특히 시승 내내 그레칼레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압권이었다. SUV의 태생적 한계인 큰 몸집과 차체 무게, 여기에 고성능까지 결합됐지만 흐트러짐 없는 승차감이 탑승객을 편안하게 했다. 도로의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적당히 충격을 상쇄시킨다는 느낌이었다.
공차중량(1970kg)이 2톤 가까이되는 육중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방향전환이나 차량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경쾌했다.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무게감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차선변경, 급커브 구간 등에서도 차체가 빠르고 민첩하게 반응했다.
달리기 능력은 압도적이다. 그레칼레는 마세라티의 전략 스포츠카 MC20 디자인과 성능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모데나 버전은 선천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지닌,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이라고 한다. 시간과 주변 환경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제작됐다. 4기통 330마력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된 모데나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3초가 걸린다.
도심을 빠져나가 속도를 내자 마세라티 특유의 굉음이 울리며 차가 쏜살같이 나아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굉음은 한층 커졌다. 강력한 엔진 성능을 자랑하듯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동안에도 가속이 여유로웠다.
제동 성능도 좋았다. 고속으로 달리다 빠른 감속을 시도했을 때 한 치의 밀림 현상도 없었다. 운전자 의지대로 차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신뢰감이 들었다.
연비는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서울 강남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한 번의 주유로 왕복 300km 가까이 주행을 마쳤다. 급가속과 급정거가 잦았지만 평균 연비는 9km/ℓ대 초반을 기록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주행보조기능이다. 장거리 주행 시 지능형 크루즈컨트롤을 적극 활용했지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졌다. 차선 중앙 유지가 원활하지 않아 옆 차선을 침범하는 경우가 잦았다.
전체적으로 그레칼레는 완성형 최고급 SUV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빼어난 외관, 고급진 실내장식, 두말 할 나위 없는 주행 및 제동성능과 현대적 기능성. 지중해의 강력한 북동풍이 국내 최고급 시장을 뒤흔들기 충분한 상품성을 갖췄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