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 ‘슈퍼레이스’가 올해 암울한 시즌을 맞고 있다. 대회규모 축소는 물론, 출전 선수들 안전 문제까지 야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2007년 본격 출범한 슈퍼레이스는 CJ그룹(이재현 회장)이 후원하면서 성장해왔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 공인 현존 최장수 대한민국 종합 자동차 경주대회다. 출범 이후 줄 곧 CJ 그룹 내 계열사가 대회 스폰서를 맡다가 2016년부터 CJ대한통운이 바통을 이어받고 매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23 슈퍼레이스는 애초부터 불안정한 상태에서 대회가 열렸다. 지난 3월 한국타이어 대전2공장 화재가 위기의 발단이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레이싱 전용 고성능 타이어 연구개발 및 생산 기지로, 슈퍼레이스 최고 부문인 ‘슈퍼 6000’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당시 화재로 인해 관련 시설과 제품이 모두 전소됐고, 슈퍼레이스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타이어 공급 없이 대회를 꾸려야할 상황에 놓였다. 레이싱타이어의 경우 양산 제품과 달리 한정 생산되는데 4월 개막을 한 달 앞둔 시점이라 대안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비중이 높았던 슈퍼레이스 입장에선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이 여파로 한국타이어 레이싱팀 아트라스BX도 슈퍼레이스 참가가 무산됐고, 한국타이어를 공급 받던 다른 팀들도 불가피하게 제품 교체에 나서면서 혼선을 빚었다. 내년에도 한국타이어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슈퍼 6000 클래스에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21명이 참가해 각축전을 벌였지만 반환점을 돈 7월 현재 출전 선수가 15명(4라운드 기준)으로 줄었다. 올 시즌 첫 경기부터 심사논란이 불거져 슈퍼레이스 간판 선수인 김재현(볼가스)과 같은팀 정의철 선수는 전체 경기 참가 불가를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기존 제품을 대신해 올해부터 슈퍼 6000 클래스 차량에 새로 들어간 국산 서스펜션의 내구성 문제도 터져 나왔다. 1라운드와 3라운드 등 차량 완충역할을 하는 서스펜션이 경기 중 연달아 파손되면서 경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왔다. 서스펜션은 노면으로부터 오는 충격을 차체 또는 드라이버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다. 급회전과 급브레이크가 많은 모터스포츠에는 매우 중요한 구조장치 중 하나다. 지난 8일 4라운드부터 보강된 서스펜션이 슈퍼 6000 머신에 장착됐지만 선수들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슈퍼레이스 측은 “서스펜션 관리 담당자에게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크게보기2023 슈퍼 6000 클래스 1~3라운드까지 장착된 서스펜션.
2023 슈퍼 6000 클래스 경기도중 서스펜션 상단 봉이 절단된 모습.
슈퍼레이스는 4라운드 이후 보강된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 주행 시 서스펜션이 깨질 경우 차량 균형이 한순간에 무너져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확한 내구성 검증을 통해 안전 불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