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기아 본사. [뉴스1]
“갓기아 킹산직(기아 생산직) 언제 뽑나요. 채용 공고 6월 말에 난다고 하지 않았나요.”“현대차 생산직 떨어지고 기아만 바라보고 있는데… 하반기에 공채하는 건 확실한가요.”
기아 생산직(정규 기술직) 신규 채용과 관련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당초 6월 말로 예상됐던 채용이 감감무소식이자 예비 지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기아의 생산직 채용은 최근 노사 간 줄다리기로 기약이 없어진 상태다. 직원 자녀 우선 채용을 명시한 단체협약 조항을 두고 “개정 없이 채용 없다”는 사측과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노조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예비 지원자들은 지원 자격과 합격 스펙 등을 따져보며 앞서 진행된 현대차 생산직 공채의 열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공채 마무리 단계…
기아 생산직 신규 채용은 연초부터 취업시장의 화두였다. 3월 ‘형’격인 현대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공채(400명 규모)에 나서면서 ‘아우’뻘인 기아도 6월 말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아의 마지막 생산직 공채는 138명을 선발한 2021년이다. 당시 경쟁률은 약 500 대 1이었다.
기아는 현대차 못지않은 연봉 수준과 복리후생을 자랑한다. 지난해 기아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200만 원이었다. 초봉은 5000만~6000만 원대에 형성돼 있으며 성과급 및 각종 수당을 포함할 경우 7000만~8000만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아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만 60세(만 65세로 연장 추진 중) 정년 보장, 재직자 및 퇴직자에게 최대 25% 신차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 현대차 생산직 공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아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에서 고배를 마신 지원자들이 기아 지원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물론, 현대차 최종 합격자를 보고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예비 지원자들이 적잖아서다. 현대차는 7월 초 상반기 생산직 신규 채용 인원 400명 가운데 1차 최종 합격자 200명을 발표했다. 200명 안에는 생산직 공채 최초로 여성 6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채용 공고에 학력, 성별 등 제한이 있지는 않았으나 그간 현대차는 생산직 공채에서 여성을 선발한 이력이 전무했다. 이로 인해 이번에도 여성은 뽑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이번 공채 결과를 두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현대차 창립 이후 여성에게 처음 열린 기술직 공채의 문”이라면서 “추후 발표될 신규 채용 합격자 명단에도 더 많은 여성이 배제 없이 채용되기를 바란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현대차 생산직(정규 기술직) 직원들이 울산공장에서 자사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고용부 “기아 단체협약 위법하다”
기아의 실적 상승세도 기업 선호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분기 매출액은 26조2442억 원, 영업이익은 3조4030억 원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13%)을 냈다. 7월 차량 판매량도 전년 동기(25만9733대) 대비 0.3% 증가한 26만472대를 기록해 이 같은 흐름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라인드에는 기아의 호실적과 성과급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기아 현직자들은 “최근 몇 년간은 성과급이 적은 편이었는데, 실적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어 지금보다 많아질 것 같다”거나 “전기차가 상용화되는 시점까지, 즉 향후 15년 동안은 성과급도 꾸준히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다만 기아 생산직 신규 채용 공고가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7월부터 진행된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실무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측은 이 조항이 시정돼야 채용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협약 조항은 지난해부터 줄곧 문제가 됐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해 8월 고용세습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기업의 단체협약을 전수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기아의 단체협약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 기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해 해당 조항을 폐지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는 줄곧 시정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단체협약 개정에 관한 사항은 절차와 과정에 따라 진행돼야 하며, 무엇보다 해당 조항은 지난 수십 년간 적용 사례가 전혀 없는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최근까지 노조에 “법 위반 조항을 개정해달라”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협약이 시정되지 않자 4월 7일에는 고용부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위원장, 기아와 기아 대표이사를 입건하기도 했다. 시정 기한인 4월 3일을 넘기면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지난해 정부 전수 조사 결과 고용세습 여지가 있는 단체협약을 가진 기업은 총 60곳이었는데, 대부분 직후에 시정을 마쳤다. 기아만 첫 사법 처리 사례라는 불명예를 얻은 셈이다. 그럼에도 시정명령을 불이행하자 고용부는 7월 5일 이례적으로 산별노조(금속노조) 하부 조직인 기아 노조(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에게도 관련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했다.
노사 “단체협약 개정 논의 중”
기아 노사는 현재 단체협약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된 조항을 개정한 뒤 하반기 생산직 신규 채용을 진행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력을 잃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8월 1일 전화 통화에서 “(단체협약 개정 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사측과 해당 조항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는 만큼 개정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기아 관계자도 “현재 노조와 (단체협약에 대해) 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진척 사항이나 그 밖에 생산직 공채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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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1호에 실렸습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