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한적한 도심. 찬란한 조명이 어두운 거리를 비추더니 연이어 희망찬 음악이 흘러나온다. 갑자기 적막함을 깨는 요란한 소동임에도 활기찬 분위기가 반갑기만 하다.
2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제니스할레 무대에 등장한 ‘비전 노이어 클라쎄’는 마치 일상의 적막함을 밝히는 빛과 음악처럼 정체된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희망의 콘셉트카였다.
이날 BMW그룹 미디어 데이에서 직접 노이어 클라쎄 소개를 맡은 올리버 집세 BMW그룹 CEO는 “누구나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원한다”며 “노이어 클래스는 매일같이 미래를 창조하고 있는 BMW가 과거 굴레에서 벗어나 한계에 도전하는 차”라고 강조했다.
비전 노이어 클라쎄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공개된 ‘I 비전 디’ 개념의 진화 판으로 보면 된다. 독일어로 ‘새로운 수준’이라는 뜻의 노이어 클라쎄는 기존 자동차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는 인간 중심적인 차를 지향한다. 갖춰진 틀을 전부 깨부수고 대변화를 예고하는 BMW의 미래기도 하다.
특히 이 콘셉트카는 앞으로 BMW의 모든 전기차를 아우르는 미래상으로 매우 진보된 주행 기술 도입과 더불어 외부 및 실내 디자인 방향의 극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외형은 시각적으로 군더더기를 없애 차량 자체가 매우 간결한 인상이다. 짧은 오버행과 큼지막한 21인치 휠이 역동성을 강조하는 BMW 차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또, 곳곳에 시야를 가리는 필러를 최소화했다. 손잡이도 없앴다. 대신 탑승자를 감지해 센서로 문을 여닫는 기술을 접목시켰다.
BMW의 상징인 전면 키드니 그릴은 수평으로 연결된 글로우그릴로 대체됐다.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수를 줄이고 조명에 과감히 투자했다. 패널에 포함된 헤드라이트는 사용자가 차에 접근할 때 애니메이션을 표시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 차량 충전 상태 또는 방향 지시등에 대한 알림을 표시한다. 라이트 클러스터는 선택된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른 색상과 디자인을 표현할 수도 있다.
실내는 간결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계기판도 없다. 모조리 덜어낸 내부는 공간이 무척 넉넉해 보인다. 운전대와 중앙 디스플레이, 창문을 조절하는 좌우 손잡이가 전부다. 계기판 대신 신개념 파노라믹 비전이 차량 정보를 앞유리 하단에 통으로 투사된다.
운전석과 조수석 탑승자 모두가 BMW 파노라믹 비전에 표시되는 정보와 소통할 수 있고, 사용자 경험은 이를 통해 공유된다. 운전자는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콘텐츠를 손동작 하나로 BMW 파노라믹 비전으로 옮길 수 있다. 음성으로 차를 제어하는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 기능도 포함된다.
실내 장식에 크롬이나 가죽 사용을 배제해 생산 공정의 탄소발자국을 최대한 줄였다. 노이어 클라쎄는 헝가리 데브레첸에 위치하게 될 새로운 BMW 공장에서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다. 역시 탄소발자국이 적은 원자재와 재생 원료가 폭넓게 쓰인다.
노이어 클라쎄에 들어가는 BMW의 새로운 Gen6 리튬 이온 배터리(원통형)는 에너지 밀도가 20% 더 높고, 최대 270kW(10분 만에 약 300km) 충전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최대 주행거리 1000km 범위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이어 클라쎄는 오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형태는 BMW 3시리즈에 노이어 클래스가 입혀질 전망이다. 집세 회장은 회장은 “2년 후에 노이어 클라쎄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며 “BMW는 양산 이후 2년 이내 6개의 순수전기차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뮌헨=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