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전통적인 모터쇼가 세계적인 일류 기업들의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술 발전과 혁신을 등에 업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굵직한 IT 업체들의 잇단 참전으로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모터쇼는 완성차업체들의 잇단 부대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미래차 기술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지만 주역들의 연쇄 불참에 따른 볼거리 부재에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적인 모터쇼(독일·프랑스·스위스·미국·일본) 조차 명맥 유지가 힘들 정도로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실제로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는 자취를 감췄고,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도 2년 전부터 뮌헨으로 무대를 옮겨 ‘IAA 모빌리티쇼’로 탈바꿈했다.
4일(현지시간) 언론 공개 행사를 시작으로 개막한 ‘IAA 모빌리티 2023’에선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 660여 개 업체가 ‘익스피리언스 커넥티드 모빌리티’를 주제로 미래 신기술 경쟁을 펼친다.
특히 BMW 그룹은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역대급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스바겐 그룹도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여기에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전장시장 선점을 노리고 삼성전자·LG가 동시에 IAA에 전시장을 꾸렸다.
BMW 그룹은 자동차 틀을 깨부수는 ‘비전 노이어 클라쎄’를 비롯해 뉴 5시리즈, MINI 컨트리맨 신규 순수전기 모델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수소연료전지 구동계를 탑재한 iX5 하이드로젠도 공개됐다. 특수경호 리무진으로 처음 인정받은 대형세단 BMW i7 프로텍션의 첫 전기차 버전도 처음 선보였다. MINI는 뮌헨 도심 전시장에 마련된 오픈 스페이스에서 뉴 MINI 패밀리를 내놨다. 뉴 MINI 쿠퍼 3-도어와 뉴 MINI 컨트리맨 2종이다. 압권은 ‘비전 노이어 클라쎄’. 전기차를 우선으로 플랫폼, 소프트웨어, 배터리, 반도체 등 모든 요소를 새로 개발해 주행거리는 30% 늘리고 충전 속도는 30% 개선했지만 중량은 30% 줄였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비전 EQXX’를 처음 선보였다. 벤츠는 70년대 브랜드 아이콘 ‘C 111’을 진보적으로 재해석한 슈퍼 스포츠카 ‘비전 원-일레븐’도 선보인다. 오프로더의 아이콘 G-클래스의 순수 전기차 및 ‘E-클래스 올 터레인’도 세계 최초로 공개돼 관람객들을 맞는다.
아우디는 후속 순수전기차 Q6 e-트론 프로토타입의 내부 디자인을 공개,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ID.2부터 ID.7, ID.버즈 등 전기차 제품군을 전시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신형 파사트도 나왔다. 테슬라와 BYD, 르노 등도 부스를 꾸리고 참여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와 함께 IAA 모빌리티에 참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MINI의 원형 디스플레이를 전시한다. LG전자는 스폰서 자격으로 IAA 모빌리티에 나섰다.
이밖에 중국 업체들도 대거 나왔다. 올해 IAA 출격한 중국 기업은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40여 곳이 참여한다. 비야디는 이번 IAA에서 전기차 6종과 다임러와 합작해 만든 고급 브랜드 ‘덴자’를 내놓는다. 또 대형 전기 세단 ‘실’의 SUV 버전인 ‘실 유’도 유럽 최초로 선보였다.
상하이자동차그룹 MG모터는 콤팩트 스포츠카인 MG4 X파워와 SUV인 마벨R, 로드스터인 사이버스터 등 3개 순수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 지리자동차, 샤오펑, 니오 등의 중국 업체들도 전시부스를 차렸다.
뮌헨=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