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전기차 판매가 갈수록 줄고 있다. 보조금이 감소하고, 충전 요금은 오르면서 전기차의 가성비 자체가 낮아진 데다 수입차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8월 국내 전기차 판매 30% 급감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달 전기차 판매는 3476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0% 줄었다. 지난달 현대차 전체 국내 판매가 12.9%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판매 감소는 더 두드러진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의 지난달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46.9% 급감한 1061대에 그쳤다. 아이오닉6는 400대가 팔려 지난 7월과 비교해 18% 줄었다. 포터 전기차도 전년 동월 대비 35% 감소한 1371대 판매에 머물렀다.
제네시스 전기차 브랜드는 감소 폭이 더 컸다. 세단인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 모델은 지난달 단 68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74% 줄어든 수치다.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GV60과 GV70 전기차 모델도 각각 127대, 94대 판매돼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51.2%, 71.6% 감소했다.
기아도 대형 전기 SUV 모델인 EV9의 판매 대수가 지난 7월 1251대에서 지난달 408대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EV6는 948대 판매에 그쳤으며, 니로EV와 봉고EV 판매량도 각각 507대 610대에 불과했다.
◆보조금 혜택 줄고, 경쟁은 치열해져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감소 이유는 우선 전기차 보조금 감소와 충전요금 인상으로 가성비 하락이 꼽힌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해보다 100만원 적은 500만원으로 결정했으며, 내년에 추가로 100만원을 더 인하할 계획이다. 반면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은 지난해 9월 kWh당 30~40원가량 올렸으며, 조만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형태인 하이브리드차는 배기가스 배출이 적은 친환경차이면서도 충전할 필요가 없고, 연비도 좋은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지난달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53.4% 급증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이 지난달에만 5328대가 팔리면서 전체적인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기아 친환경차 모델 중에서도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쏘렌토 하이브리드로 4683대 판매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차는 이미 입증된 기술로 안정적이고 연비도 아주 뛰어나다”며 “중고차 판매 시 감가도 적어 지금 상황에서는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차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것도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9년만 해도 국내에서 팔린 수입 전기차(테슬라 제외)는 2369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만3202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7월까지 이미 1만2000대를 넘어섰다.
수입차는 전기차 모델에 대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도 진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E 2023년형은 모델에 따라 1300만~1500만원가량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MW의 중형 전기 세단 i4 2024년형 모델도 최소 800만원에서 최대 1400만원 정도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상용차 시장에서도 GS글로벌이 수입·판매하는 중국 BYD의 T4K 등이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