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오닉 6 N은 레이스 트랙에서 반복적인 고속 주행과 정밀한 코너링, 브레이킹을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고성능 차량으로 중점 개발됐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뉘르부르크링에서 10만km 이상 주행 시험을 실시했다. 테스트 중에도 동력 손실 없이 두 바퀴 이상을 완주할 수 있는 냉각 시스템과 열관리 전략을 구현했다는 게 개발자 설명이다. 기존 전기차들이 효율성 중심으로 설계돼 고속주행이나 연속 트랙 주행에서 열로 인한 성능 저하(림프 모드)에 빠졌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아이오닉 6 N 개발자는 “포르쉐 타이칸 초기 모델도 한 바퀴를 버티기 어려웠던 뉘르부르크링 환경에서 아이오닉 6 N은 성능 손실 없이 2바퀴 이상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6 N은 전기차 특유의 무음·무단 변속 특성에 운전의 재미를 되살리기 위한 가상 변속기 기술을 접목했다. N 엔지니어들은 내연기관차의 DCT(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동력 단절과 재연결 순간, 변속 충격, RPM 상승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모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기능은 변속 기어가 체결되는 소리만을 재현하는 수준이 아니다. 실제 주행 시 차량의 모터 제어를 통해 앞뒤로 출렁거리는 가속감과 감속감, 그리고 모터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도록 정교하게 튜닝돼 있다. 또한 이번 모델에서는 기존 7단에서 8단 가상 기어로 개선돼 보다 촘촘한 기어비를 제공해 레이싱 감각을 더욱 강화했다.
이러한 가상 변속기(N e-Shift)와 함께 N 액티브 사운드는 주행 중 차량의 사운드를 스피커로 재현해 전기차 특유의 ‘무음 주행’을 벗어나 감성적인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주행 상황과 기어 조작, RPM 상승에 따라 사운드의 강약과 주파수가 달라진다. 이를 통해 실제 스포츠카 운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개발자의 설명이다.
또한 사용자는 일반적인 일상 주행에서는 이를 비활성화하고 조용하게 운전할 수도 있다. 트랙 데이 혹은 강한 주행감을 원할 때는 원하는 사운드 및 변속 감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아이오닉 6 N은 일반적인 전기차와는 냉각 설계 철학부터 다르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무게 절감과 효율을 위해 라디에이터와 냉각 시스템을 최소화하지만, 아이오닉 6 N은 고속 트랙 주행 중 모터·배터리·브레이크 온도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냉각 내구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차량은 서킷에서 몇 바퀴를 돌기도 전에 출력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보호 모드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차량 무게 일부를 감수하면서도 냉각 성능을 최우선으로 확보했다.
아이오닉 6 N은 회생 제동 시스템에서도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0.6G의 회생 제동력은 일반 전기차의 세 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급제동 상황에서도 물리적 브레이크 사용 없이 감속이 가능하다.
이 같은 특징은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일상 주행에서는 브레이크 패드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유지비 절감에 도움을 준다. 또한 트랙 주행에서는 제동 부담을 분산해 브레이크 페이드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N 연구진은 “이 정도 회생제동 성능을 구현한 전기차는 전 세계에서 리막, 포르쉐, 샤오미, 그리고 아이오닉 N뿐”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6 N은 단지 고성능 양산차가 아니다. 그 개발 배경에는 현대차의 지난 10년간 모터스포츠 도전과 기술 축적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모터스포츠 DNA는 모터스포츠→롤링랩→ 양산차라는 N 브랜드 고유의 기술 이전 구조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고 있다.
N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은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다. 1000마력급 전기차가 나오는 시대에 단지 마력 수치로 우위를 가리기보다는 운전의 몰입감과 기계적 신뢰도, 반복 가능한 성능에서 진짜 고성능을 정의하겠다는 철학이다.
박준우 현대차 N매니지먼트실장은 “2017년 10월 9일, i30 N 퍼스트 에디션 100대가 하루 만에 완판됐다”며 “고객들과 뉘르부르크링에서 2박 3일간 함께하며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줘야겠다’는 사명감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N은 레이스 트랙에서도 문제없는 성능, 코너에서 즐거운 주행감, 그리고 일상에서도 탈 수 있는 실용성 등 세가지 축은 전동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라며 “아이오닉 6 N은 그 철학을 가장 완성도 높게 반영한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