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인도네시아 스마랑에서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 통상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과 필리핀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이번 FTA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철폐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7일 자카르타 랭햄 호텔에서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한-필리핀 FTA에 정식 서명했다.
이로써 필리핀은 아세안 지역에서 5번째로 한국과 양자 간 FTA를 맺은 나라가 됐다. 한국은 한-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아세안 국가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와 함께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와 FTA를 체결한 바 있다.
필리핀은 인구가 1억1000만 명(세계 12위, 아세안 국가 중 2위)에 달하고, 내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러 높은 소비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는다. 니켈 생산량 세계 2위, 코발트 생산량 세계 4위로 핵심 광물을 대량 생산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과 필리핀 교역액은 175억 달러(약 23조4000억 원)로 아세안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많다.
이번 FTA로 한국은 필리핀에 대해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한국에 대해 96.5% 관세를 철폐한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주요 수혜 품목으로 지목된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의 필리핀 시장 점유율은 2.5%에 그친 데 비해 일본은 82.5%, 중국은 6.4%를 기록했다.
FTA가 발효되면 기존 관세율 5%인 한국산 자동차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기존 관세율 최대 30%인 자동차 부품은 최대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승용차 기준 일본은 관세율 20%, 중국은 5%를 적용받고 있다.
정부는 한국 측 민감 품목인 농·수·임산물의 경우 대부분 기존에 체결됐던 다자간 FTA 범위 내에서 개방 수준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관세율 30%인 바나나 등 일부 농산물은 5년 관세 철폐로 개방하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세이프가드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필리핀 FTA는 국회 비준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 중 발효될 예정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