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시는 올해 전기 승용차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배정해 놓은 예산의 일부를 연말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다른 사업으로 돌릴 예정이다. 보조금 신청 마감일(12월 8일)까지 애초 목표치였던 5859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서다. 현재 대구시의 전기차 보조금 소진율(대수 기준)은 38.9%다. 2016년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처음 시작한 후 지난해까지 관련 예산이 남았던 해는 없었다.
#2. 인천시는 하반기(7∼12월) 전기차 보조금 공고 때 보조금 지급 대상을 연간 1만여 대에서 8000여 대로 20% 가까이 줄였다. 상반기(1∼6월)에 부진했던 보조금 신청 건수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9월까지 보조금 소진율은 29.6%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화물 전기차의 보조금 신청이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일부 예산을 화물차 쪽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매년 1, 2월 보조금 신청이 시작된 후 곧바로 동나기 마련이었던 전기차 보조금이 9월 중순까지 전체 예산의 3분의 1 남짓만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년보다 한풀 꺾인 데다 법인차의 경우 1대씩만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하는 등의 지침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3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각 광역자치단체가 보조금 모집 신청을 공고한 승용전기차 수는 총 15만9051대인데, 실제 보조금 지급은 5만8676대에 머물고 있다. 예상 규모의 36.9%만 지급된 것이다. 법인 전기차에 지급되는 한국환경공단 보조금 공고(6만4000대)를 제외하고 지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평균 소진율은 51.0%에 그친다.
보조금 모집 대상 수가 많은 주요 도시 중에선 대전의 소진율이 19.8%로 가장 낮았다. 가장 큰 규모(1만3688대)의 모집 공고를 낸 서울 또한 36.1%만 보조금을 받았다. 인천, 대구 등도 40% 미만이다. 서울과 6개 광역시 중 보조금 지급 목표를 절반 이상 달성한 지역은 울산(90.4%)과 부산(67.5%), 광주(60.1%) 등 3곳뿐이다. 상반기에 보조금이 모두 소진돼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던 예년과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와 전기료 인상 등 차량 유지비가 커지면서 그간 급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판매 성장률에 제동이 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도적으론 보조금 전액(100%)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지난해(5500만 원 이하)보다 올해(5700만 원 이하) 오히려 200만 원 높아진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다.
7월까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누적 9만182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 66%와 비교하면 증가 추세가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올해 약 50%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책정했는데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5.5% 늘어난 20만4652대로 친환경차의 핵심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이에 전기차 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 확충과 전기요금 인하 등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법인차의 경우 올해부터는 1대만 수령이 가능하도록 환경부 지침이 바뀌었는데 2대 이상 구매 때부턴 주행거리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반기 KG모빌리티의 토레스EVX와 기아 레이EV 등 가성비 전기차가 출시된 뒤 분위기가 바뀔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얼리 어답터(남보다 일찍 신제품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소비는 거의 다 끝나고 전기차를 합리적 소비 대상으로 보고 고민하는 예비 소비자들만 남았다는 얘기”라면서 “정부의 보조금 다양화와 제조사의 가격 인하가 병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