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랜저 한 달이면 (인도)받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인기 차종 그랜저의 출고 기간을 묻는 한 자동차 커뮤니티 게시글에 달린 댓글이다. 1월만 해도 10개월을 넘어가던 그랜저(GN7 가솔린)의 출고 대기 기간이 최근 1개월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해당 커뮤니티에는 진위를 묻는 글이 쏟아졌다. 실제 현대차의 10월 납기표에 따르면 그랜
저 전 차종의 평균 출고 대기 기간은 1.3개월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차량 부품 공급난이 완전히 회복됐고, 고금리 등 경제 상황에 차량 구매 심리도 위축되면서 차량 인도가 빨라지고 있다.
● 지금 주문하면 그랜저 올해 안에 받을 수 있어
11일 현대차동차 납기표에 따르면 전 차종의 평균 출고 대기기간은 2.5개월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9.6개월에 비해 7개월가량 단축됐다. 자동차 업계는 통상적인 대기기간을 차량 주문 후 1개월 이내, 인기 차종은 3∼4개월로 기준을 잡고 있다. 차량별로는 인기 차종인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의 이달 평균 출고 기간은 1.5개월이다. 이 모델은 지난해 10월에는 주문 후 차량 출고까지 약 7개월이 걸렸다. 아반떼 1.6 가솔린 모델도 1년 전 10개월 출고 대기 기간이 있었지만 현재는 3개월로 줄었다.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의 대부분 차량도 2개월 이내면 받을 수 있다.
차량 출고 기간이 대폭 줄어든 데에는 올 상반기(1∼6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정상화된 영향이 가장 크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팬데믹 당시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공정이 복잡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차량용 대신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위주로 반도체를 생산하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여름 들어선 완전히 공급망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신차 수요가 정체된 점도 출고 대기 기간을 앞당기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3∼4%대이던 자동차 할부 금리는 이달 5∼8%로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팬데믹이 끝나고 폭발했던 차량 구매 ‘보복 소비’ 효과도 사그라들어 탄력받던 수요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 7월부터 차량 개별소비세가 3.5%에서 5%로 인상된 점도 하반기(7∼12월) 신차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 인기 상승 중인 하이브리드 출고 대기는 여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출고 대기 기간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전기차의 평균 출고 대기 기간은 10.6개월이었는데 이달은 1개월 이내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오닉6의 경우 지난해 대기 기간은 18개월 이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3주면 받을 수 있다. 반면 현대차 하이브리드의 평균 출고 대기 기간은 5.8개월로 집계됐다. 1년 전(14.7개월)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꽤 대기를 해야 인도받을 수 있는 셈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신차 등록 대수에서 하이브리드는 전년 동기 대비 52.0% 늘었는데 전기차는 29.2% 줄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의 김태환 자동차산업 총괄 파트너는 “국내는 주로 고가 전기차가 판매되다 보니 가격 부담이 크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편함이 여전히 크다”며 “전기차를 대신해 경제성과 친환경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차량 견적 비교사이트 카트너 센터장은 “수입차는 이미 할인 경쟁이 시작됐고 국산차도 특정 인기 차종 외에는 2, 3개월이면 차량을 받을 수 있다”며 “세계적 경제 공황처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부품 수급에 큰 문제가 없어 당분간 차량 수급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