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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LFP 배터리 급증하는데… 재활용 업체 국내엔 없어

한재희 기자
입력 2023-10-18 03:00:00업데이트 2023-10-18 03:00:00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거나, 폐차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현재 LFP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해 놓은 업체는 전무하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1위 업체인 성일하이텍은 전북 군산 공장에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재활용 설비를 갖췄지만 LFP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아직 공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세기리텍도 연내 LFP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해 전처리 시험 공정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 업체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건 낮은 경제성 때문이다. LFP 배터리에서도 리튬과 인산철을 추출할 수 있다. 그런데 인산철의 경우 재활용을 하기보다 새 원료를 사는 게 경제성 측면서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배터리를 재활용할 때는 폐배터리를 아주 잘게 부순 뒤 화학 물질을 투입해 유가금속을 얻어내는데 여기 투입되는 설비와 인건비 등을 따지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삼원계 배터리에서 추출되는 니켈, 코발트, 망간은 인산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아 재활용 역시 사업성이 높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코발트의 t당 가격은 3만4000달러(약 4600만 원)인데 LFP의 주원료인 철은 127달러(약 17만 원)에 불과하다. 성일하이텍과 세기리텍에서는 각각 2026년, 2025년쯤 LFP 배터리 재활용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경제성이 높지 않으면 그때도 가동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LFP 배터리 장착 전기차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산 버스 정도만 이 배터리를 썼지만, 올 들어 승용 전기차의 LFP 배터리 탑재 사례가 부쩍 늘었다. 기아 ‘레이EV’, KG모빌리티 ‘토레스EVX’,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Y’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에도 LFP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17만 대로 예상하는 글로벌 폐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2040년 4227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같은 기간 107억7200만 달러(약 15조 원)에서 2089억3600만 달러(약 282조 원)로 뛸 것으로 예측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1%에 달했던 글로벌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30년 4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 처리 문제가 앞으로 계속 이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의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현재 기술력으로 도저히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면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정부가 LFP 배터리 재활용 처리 비용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